▶ 자존심 걸고 ‘죽음의 질주’ 즐긴다
▶ 마력수 높이려 위험한 엔진 개조 다반사
자정을 넘긴 시각, 캘리포니아주 온타리오 공항인근의 에어포트 드라이브로 20여 대의 차량들이 몰려들었다.
운전자들은 10대 청소년과 20대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한동안 술렁대던 이들은 "줄섰다"(lined up)는 고함소리가 들리자 일제히 소리가 난 쪽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개조엔진을 장착한 두 대의 승용차가 마력수를 한껏 끌어올린 채 으르렁거리며 출발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야흐로 거리의 경주가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미 전국의 외진 밤거리가 자동차 경주를 즐기는 폭주족들에 의해 차곡차곡 점령당하고 있다. 도로를 트랙이라 부르는 이들은 수십명씩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며 LA와 샌디에고, 온타리오 등 캘리포니아주는 물론 필라델피아와 워싱턴 등 전국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목숨을 건 심야의 경주를 벌인다.
경주에서 이겨봤자 담배나 잔돈 몇푼을 손에 쥘 뿐이지만 속도감에 취한 젊은이들은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들은 경주에 거는 것은 담배 몇 개비가 아니라 자존심이다.
’스트릿 레이싱’(street racing)은 일종의 유행이다. 1955년 제임스 딘이 주연한 영화 ‘이유없는 반항’에서 틴 에이저들의 경주장면이 나온 후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심야의 질주가 다시 리바이벌 된 셈이다.
청소년들의 경주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98년 거리 경주로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샌디에고는 20만 달러의 예산까지 배정, 스트릿 레이싱을 집중단속하고 있다.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거의 매일밤 700~800명의 젊은이들이 심야의 거리를 누비고 다녀 경찰의 애를 태웠던 것. 필라델피아에서도 주말이 되면 경주상대를 찾아 헤매는 500여명의 젊은 운전자들로 시외곽도로가 북적댄다. 워싱턴과 네브라스카의 오지에도 폭주족들은 어김없이 존재한다.
경찰관계자들은 이들이 마력수를 높이기 위해 차량의 엔진을 개조하고 발화성이 강한 이산화질소를 연료에 첨가해 사용하고 있어 대형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지만 무모한 젊음의 질주를 막을 뾰죡한 방법이 없어 속을 태우고 있다.
경찰차가 뜨기라도 하면 이들은 서로 연락을 취하면서 재빨리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일단 흩어진 다음에 휴대폰으로 새로운 목적지를 정하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경찰로서는 원천봉쇄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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