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학교체육 및 청소년 스포츠 세계에서 깨끗하고 건전한 스포츠맨십이 갈수록 실종되고 있다.
최근 수 년 간, 미국에서는 학교체육 또는 청소년 스포츠 분야에 종사하는 수천 명의 심판들이 옷을 벗었다. 학부모들과 해당팀 코치들로부터 가해지는 심각한 언어적, 물리적 행동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떠난 것이다.
시카고 교외지역에서 18년간 농구, 축구 및 야구 심판을 했던 조반 라자레비치는 작년에 심판생활을 포기했다.
한 경기의 심판을 보면서 말할 수 없는 인격적 수모를 당한 끝에 나온 최종결단이었다. 경기장 안의 학부모들과 코치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정이 나올 때마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곤 했다.
"그 뚱뚱한 몸으로 바닥에 고꾸라져 뒈져라, 너 눈뜬 봉사냐, 자격도 없는게 돈이나 벌려고 심판을 하니까 저 모양이지"
말할 수 없는 폭언이 가해졌다.
심지어, 패배한 팀의 코치와 학부모들은 집으로 귀가하는 라자레비치의 차에까지 쫒아와서, "너 때문에 오늘 경기망쳤다, 너 때문에 우리 아들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라며 고함을 쳤다.
스포츠심리 전문가들은 최근 수 년 간 학교체육 및 청소년 스포츠 분야의 스포츠맨십이 사상유례없이 저하됐다고 말하고 있다. 경기도중 학부모들과 아마추어 코치들은 걸핏하면 고함과 조소를 퍼붓는가 하면, 심지어 심판에게 침을 뱉거나 멱살을 잡는 물리력 행사도 불사한다.
이에 따라, 미 전역에서 이런 비신사적 행동을 제어하기 위한 갖가지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보다 엄격한 경기규칙 도입 및 워크샵 개최, 그리고 주정부 차원에서 경기장 매너를 통제하려는 법안도 도입되고 있다.
최근 클리블랜드 교외에서는 여학생 축구팀들이 침묵속에 경기를 했다. 코치들과 학부모들은 경기도중 고함을 치지 못하도록 통제되었다. 또, 엘파소에서는 자녀들의 운동경기에 참관하기 원하는 학부모들에게 의무적으로 3시간 30분의 관객행동교육에 참가하도록 강제한다. 그런가 하면, 캘리포니아 미션 비에호에서는 8세부터 11세 사이 아동들의 축구리그시즌 동안 아예 팀들간 성적을 집계하지 않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갈수록 심화되는 저질스런 경기장 행태의 원인을 미국사회 전반의 도덕적 타락에서 찾는다. 또, 일각에서는 유명 프로선수나 대학선수들이 보이는 호전적 행동이 이같은 분위기를 부추킨다고 말한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미전역의 2,200여 아동 및 청소년 스포츠리그 경기중 15% 이상이 학부모나 코치들로 인한 언어적, 물리적 폭력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년 전의 5%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미국 심판협회에서는 산하 1만 8,500여명의 심판들에게 무료로 심판학대보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최근 뉴멕시코주는 심판에 대한 공격행위를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엄격한 법조항을 통과시켰다. 일리노이주도 지난 4월, 심판공격 행위에 최소 1,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밖에, 최소한 9개 주들의 의회가 이와 비슷한 조치를 심의 중이다.
대부분의 경기장 폭력행위는 언어적 폭력차원에서 머무른다.
그러나, 지난해 7월에는 경기장 싸움도중 한 명의 학부모가 사망하는 최악의 사고도 발생했다. 자녀들의 경기에 참가한 두 명의 학부모가 싸움을 하다가, 한 명이 상대방에게 맞아 결국 사망한 것이다. 현재 가해자인 토머스 전타는 살인혐의로 기소되어 있다.
지난 3월에는 일리노이주 락포드 소재 한 중학교 농구팀 코치가 경기중 심판과 심한 언쟁을 벌인 다음 날, 학교로 도살용 칼을 가져왔다. 이 여자코치는 불법무기 반입혐의로 기소되었고 학교에서도 해고당했다.
이런 와중에서도 한 가지 고무적인 현상은 경기장 폭력에 관한 사회의 경각심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에 대한 다각적인 대응책도 모색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전미청소년 스포츠협회 학부모 분과가 주도하는 워크샵들이다. 지금까지 이 협회가 주관하는 1시간짜리 워크샵에서는 약 2,500여명의 학부모들이 참여했고, 자녀들 앞에서 난폭한 언행을 금한다는 결의안에 서명했다.
캘리포니아주 팔토 알토에 본부를 두고 있는 ‘긍정적 코치협회’도 1999년부터 워크샵을 개최하고 있다.
각급학교 코치들은 워크샵을 통해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 경기를 지도하는 방법론을 습득한다. 현재까지 200여개 이상의 워크샵이 개최되었고, 1만명 이상의 코치들이 이 과정을 수료했다.
이와 관련, 오하이오 스트롱빌에 거주하는 마이크 카힐 코치는 개탄한다.
"학교체육 분야에서 이런 워크샵이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가 서글픈 일이다. 아마도, 다음 단계에서는 학부모들의 입장을 금지시키고, 아동선수들끼리만 경기하게 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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