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말라야 최고봉은 에베레스트지만 난이도는 단연 K2
히말라야 등반시즌이 돌아왔다.
히말라야의 상징은 역시 세계최고봉인 해발 2만 9,035피트의 에베레스트 산이다. 지난 5월부터 올해도 예외없이 세계각지로부터 에베레스트 등반대들이 몰려들고 있다.
최근 정상에 올랐거나 네팔에서 마지막 출정준비를 하느라 분주한 등반대는 약 50개.
에베레스트 정상의 쓰레기 수거를 목적으로 한 다국적 등반대도 이 가운데 하나다. 이 등반대의 대원 켄 나구치는 에베레스트 정상을 가리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 처리장’으로 부른다.
또, ‘미국맹인연맹’에서는 시각장애자 에릭 와이헨마이어를 등반대의 일원으로 참여시켰다. 에릭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최초의 맹인으로 기록됐다. 또한, 인도 등반대에는 한쪽 다리가 없이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가하면, 1924년 에베레스트 등반도중 사라졌던 영국 등반대원 조지 맬로리와 앤드루 어바인의 실종에 얽힌 비화를 규명하기 위한 ‘알파인 탐정등반대’도 화제의 팀 가운데 하나다. 전체적으로, 50여 등반팀 대원들의 숫자는 400여명.
하지만, 정작 에베레스트를 가장 험난한 등반코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많은 전문가들은 에베레스트의 신비적 이미지와 미디어 노출을 제외한다면, 에베레스트는 K2봉과 비교할 때 ‘디즈니랜드의 청룡열차 라이드’ 수준이라고 표현한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다 오르는 에베레스트와는 다르게 K2 등정은 마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과 같다"
커네티컷 출신 여성등반가 하이디 호킨스는 말한다.
하이디는 K2봉에 두 번 도전했다가 모두 실패했는데, 그때마다 실전훈련 코스로서 에베레스트를 등정했다.
K2는 해발 2만 8,250피트로서 에베레스트에 이어 세계 두번째 고봉이다.
정상적인 에베레스트 등산루트의 평균경사도가 27%인데 비해, K2봉의 평균경사도는 거의 두 배에 달하는 45% 이상이다. 이와 관련, 등산전문잡지 ‘클라이밍 매거진’의 부편집장 조너던 태센자는 "K2의 등산난이도를 10으로 친다면, 에베레스트의 난이도는 6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K2의 악조건은 그동안 등반도중 목숨을 잃은 사망자 통계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에베레스트의 경우, 지금까지 등정에 성공한 등산가들은 대략 300명에 달한 반면, 등반도중 사망한 사람의 숫자는 168명이었다. 따라서, 사망자 대 정상정복자 비율은 약 1: 7.7 이다.
이에 반해, 지금까지 K2를 정복한 사람들은 89명이었고, 등반도중 사망한 사람의 숫자는 49명에 달했다. 따라서, 사망자 대 성공자 비율은 1: 3.8이다. 정상정복 성공 3.8명 중 한 명꼴로 사망한 셈이다.
K2등반 과정에서 사망한 49명 중, 22명은 정상정복 이후에 사망했다는 사실도 이채롭다.
특히, 지금까지 K2 정상에 올라섰던 여성등반가 5명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그중 3명은 하산도중 사망했고, 나머지 2명은 하산 이후 곧이어 사망했다. 또, 1987년에는 8명의 남자등반대가 최악의 폭설우에 휩싸여 전원 사망하는 참사도 있었다.
지금까지 K2를 두 번이나 등정하고도 살아남은 등반가는 체코출신의 조세프 라토니콜이 유일하다.
그는 1983년과 86년, 두 차례 K2 정상정복에 성공했다. 이에 비해, 아파 세르파는 1983년부터 1996년 사이, 산소보조기 없이 에베레스트를 11번이나 정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스컴의 영향 덕분에 많은 사람들은 에베레스트를 가장 험난한 등반코스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1996년 에베레스트 등반대원 12명이 사망한 참사 이후, 에베레스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는 더욱 증폭되었다.
등반가 겸 저자인 존 크락카우어가 그때의 사고를 소재로 집필한 책, ‘희박한 대기 속으로’는 베스트 셀러를 기록했다. 이 책은 또한, 돈많은 모험가들의 에베레스트 등반열기를 부추키는데도 큰 기여를 했다.
이에 비해, K2는 상대적으로 미디어의 주목을 훨씬 덜 받았다.
K2에 관한 영화로는 1992년에 개봉된 "K2"에 이어, 지난해 12월에 나온 ‘버티컬 리미트’을 꼽을 수 있다. 버티컬 리미트는 약 7,000만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리며 K2의 이미지 제고에 기여했다.
에베레스트와 K2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차이는 인터넷 서적판매 사이트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지금까지, K2를 소재로 한 등반소설은 15종인데 비해, 에베레스트를 소재로 한 서적들은 무려 100여종을 넘는다. K2 소재로 한 책 중에는 하이디 호킨스작, ‘K2: 정상을 향한 한 여성등반가의 도전’도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에베레스트 등정은 K2에 비해 훨씬 더 대중적이고, 요즘에는 전문등반가 아닌 일반인들의 등정에 참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에베레스트 등반알선 사이트도 적지 않다. 보통, 에베레스트 등반에 필요한 1인당 경비는 7만 5,000달러 선이다.
에베레스트 정복에는 나이가 문제되지 않는다.
일본의 도시오 야마모토는 거의 64세의 나이에 에베레스트를 정복했다. 반면, 네팔의 삼부 타망은 약관 16세의 나이에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전설적인 등반가 라인홀트 메스너는 최근의 맹목적인 에베레스트 등반열기를 이렇게 경계하고 있다.
"요즘 메스컴이나 인터넷을 보면 아무나 마음만 먹으면 에베레스트를 정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는 큰 착각이다"
메스너는 산소보조기 없이 에베레스트와 K2를 모두 정복한 신화적 등반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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