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철을 맞아 공항이 붐빈다. 여행지가 낯선 미지일수록 설렘이 크지만 마음 한구석으로 불안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곳은 안전할까? 지갑을 잃어버리고 오도가도 못하는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할까”등이 으레 찾아드는 걱정. 여행지에서 돈을 몽땅 날치기 당한 경험, 영주권을 잃어버려 미국 입국증 발급 받느라 휴가를 다 날린 경험 등을 주위에서 심심찮게 듣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최적의 여행지는 북유럽이다. 지갑을 길에 흘려도, 가방을 식당에 두고 나와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 노르웨이, 덴마크 같은 나라다. 반면 멕시코는 지갑이나 가방을 깜빡 했다면 그 순간 "내 물건 아니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명한 일. 되찾을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미국 내를 여행할 때도 도시에 따라 마음을 놓아도 되는 곳, 조심해야 하는 곳이 있다. 예를 들어 시애틀에서는 긴장을 좀 풀어도 되지만, 애틀랜타나 휴스턴 같은 곳은 소지품 간수에 조심을 하는 편이 안전하다.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최근호에서 발표한 나라별, 도시별 정직성 평가에 기초한 충고들이다.
유혹은 어떤 것이든 물리치기가 쉽지 않지만, 가장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약해지는 것이 돈인 것 같다. 눈 한번 감으면 공돈이 굴러들어 올 때, 그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정직한 사람이 이 사회에는 얼마나 될까.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실험 결과를 보면 이 세상이 그렇게 희망 없는 것만은 아니다. 10명중 거의 6명은 정직했다.
이 실험을 위해서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미화 50달러 상당의 현지 화폐가 든 지갑을 미끼로 썼다. 주인의 이름과 연락처가 같이 든 지갑들을 공중전화 부스 안, 상점 앞, 교회 앞, 주차장, 식당… 사람들 통행이 많은 곳에 던져놓고 관찰을 했다.
이들 지갑이 100% 돌아온 곳이 노르웨이와 덴마크였고, 멕시코의 샌 크리스토발이란 도시에서는 100% 공중으로 사라졌다. 멕시코시티에서는 90%, 티화나에서는 70%가 행방불명. 평화로운 이미지의 스위스도 안심할 수가 없다. 특히 로잔의 경우 되돌아온 지갑은 10개당 2개에 불과했다. 그외 홍콩, 이탈리아, 필리핀, 러시아, 아르헨티나가 요주의 지역.
반가운 것은 한국의 좋은 성적이다. 70%가 되돌아와 일본과 함께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정직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1위는 역시 싱가포르로 회수율 90%. 미국은 67%였다.
돈의 유혹 앞에서 꿋꿋하게 버티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지갑을 들고 온 사람들에게 물어본 바에 의하면 ‘지갑 주인이 안타까워 할 것이란 생각에’한 선행도 많지만 정직을 강조한 가정교육이나 신앙이 가장 큰 이유였다. 부모 역할의 중요성이 또 한번 입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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