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고 더 예뻐지고 싶은 것이 여자의 본성이라고 하지만 전국의 미용실에는 지난 몇 년 사이에 자기 어머니는 대학을 졸업하고 그만한 돈을 들일만할 때까지 생각도 하지 않았던 서비스를 원하는 어린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 12살짜리가 파티에 갈 때마다 30~75달러를 들여 머리를 빗거나, 14살짜리가 한번에 80달러씩 내고 전문가에게 화장을 시키고 나서 100달러를 내고 화장도구를 사들고 집에 가는 일이 흔하다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멋있어 보이려면 아래와 같은 것들을 해야한다고 믿는다. 머리는 우선 컷을 잘 하고, 물감을 들이면서 한두가지 다른 색깔이나 톤으로 하일라잇을 곁들이며, 손톱은 매니큐어 전문가에게, 발톱도 페디큐어를 하고, 다리에는 왝스, 눈썹도 조각한 것처럼 다듬고 피부는 태닝 팔러에서 갈색으로 태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로 가꾸려면 웬만한 고급 자동차 유지비 정도는 든다. 2000년에 미국의 10대들이 쓴 돈은 1550억달러로 1997년의 1230억달러보다 크게 늘었는데 그중 부모로 하여금 쓰게 만든 돈이 1000억달러라고 시카고의 마케팅 회사 틴 리서치 리미티드는 보고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레돈도 비치에 사는 제시카 벨(15)은 “배우나 모델이 진짜 중요한 것은 내면의 아름다움이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구역질이 난다”고 말한다. “내가 아는 것은 두가지 방법 뿐이예요. 밤마다 일어나면 모델처럼 예뻐지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자는 것, 아니면 내 친구들처럼 예뻐지기 위해 할 일을 하는 것이지요”
물론 그렇게 어른처럼 멋을 내는 것은 부유층에 유행이지만 청소년들은 계층, 인종을 막론하고 흥청망청 돈을 쓴다. 저명인사들의 영향이기도 하고 미국문화가 점점 허영을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20대 미만 아이들이 돈과 테크놀로지와 매체와 전문지식에 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들의 태도 변화다.
베이비붐 세대가 어린아이였을 때만해도 어른의 특권과 아이들에게 허용되는 일 사이에는 엄한 구분이 있었다. 그러다가 70년대 아이들이 자기 아이를 낳으면서 그 벽이 무너지고 말았다. “더 크기 전까지 머리 염색은 안 돼”가 “내게 멋있으니까 내 아이들에게도 좋겠지”로 바뀌었다. 가장 자기탐닉적이고 피상적인 세대가 자기 자식에게는 모든 특권을 다 허용하고 돈으로 살 수 있는 화려함은 모두 사도록 부추키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부모들이 자식에게 몸단장 비결을 비롯한 모든 경험을 함께 하는, 마음씨 좋은 친구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친구처럼 행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요즘 부모들은 외모도 친구처럼 보인다. 세대는 다른데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이상은 똑같아 엄마고 아이고 모두 똑같이 엉덩이에 걸치는 가죽바지에 배꼽이 나오는 셔츠를 입고 다닌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셔먼 옥스에 사는 민디 캐플로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캐플로는 딸 에밀리가 11살 때 다리에 왝스를 해달라는 것을 거절했다. 이제 에밀리가 14살이 됐으므로 가끔 눈썹을 다듬도록 허용하지만 아직도 머리 염색은 못하게 한다. “멋을 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어머니로써 딸에게 부정적인 메시지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외모가 훌륭하면 인간도 훌륭하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 더 잘못된 것입니다”
틴에이저용 잡지와 패션 잡지에 나오는 모든 미용정보를 섭렵하는 에밀리도 너무 화장을 짙게 하는 아이들은 심술궂고 거칠어 보인다고 말한다. “화장품을 갖고 노는 것은 여자애 다운 일이고 재미로 하는 것인데 지나치게 예뻐지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을 보면 김이 새요. 우리 반의 어떤 아이는 수업도 빠져가며 어머니가 미장원에 데려가요. 한편으로 조금 부럽기도 하지만 ‘도대체 제 정신일까?’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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