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가정 상담소가 80년대 초 창립이래 최대의 진통을 겪고 있다. 재정난으로 한인 청소년회관(KYCC)과 합병을 추진, ‘상담소’ 간판이 사라질 위기에까지 직면했었다. 이사회의 부결로 합병은 없던 일로 돌려졌고, 초창기 이사·실무진을 중심으로 이사회가 대폭 보강되기는 했지만 현재로서는 ‘간판’만 살렸을 뿐 근본적 문제는 해결된 것이 없다.
게다가 통합추진 과정에서 통합을 지지한 1.5세·2세 이사 및 실무진과 통합 절대불가를 들고 나온 창립멤버 등 1세들간 이견이 감정적 대립으로까지 확대, 양측에 남긴 상처는 두고두고 풀어야할 숙제가 되었다. 이미 1.5세·2세 이사들 여러 명이 사퇴의사를 밝혔고 역시 1.5세인 현 소장도 사임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유야 어떠하든 커뮤니티를 위해 일을 해보려고 들어왔던 젊은 세대가 상처를 입고 커뮤니티를 떠난다면 여간 유감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번 가정상담소가 겪는 어려움에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그것이 어느 한 기관에 국한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봉사기구들이 연륜이 쌓이면 실무진·이사진의 세대 교체는 불가피하고, 교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대간 갈등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단체나 겪어야 할 일이다. 지금도 상담소 케이스가 유독 불거져 나왔을 뿐 유사한 갈등을 겪는 단체가 상담소만은 아니다. 내 자식 키우듯 헌신·희생을 밑천으로 봉사기구를 만들어 놓은 1세들의 끈끈한 정과, 기구를 이어받은 1.5세·2세 실무진의 현실적인 합리성은 여기 저기서 심심찮게 불협화음을 만들어 내고 있다.
’사람’보다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누가 맡아서 일이 이 지경이 되었다’ 운운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인사회를 위해서 이 일은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효과적인가, 그렇게 운영하려면 누가 적임인가가 논의되어져야 할 것이다. 이민행렬이 그치지 않는 한인사회로 보면 초기 이민자들의 아픔을 이해하는 한국적 정서의 상담기관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기는 해도 언제까지나 한인 주머니를 털어서 한인들만을 상대로 상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비영리 봉사기구가 살길은 자원도, 봉사대상도 한인 커뮤니티의 울타리를 뛰어 넘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세금을 내는 정부의 기금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 타민족들도 봉사의 대상으로 끌어들일 때 봉사기구들이 튼튼하게 미국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이 일에 적임자는 젊은 세대들이다. 커뮤니티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에 초점을 맞추고 1세와 1.5세·2세가 서로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다면 이번의 진통은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