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대법원은 지난 주 이민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획기적인 판결을 잇달아 내렸다. 하나는 죄를 저지른 사람이 비시민권자라 하더라도 항소 기회 부여 등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추방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추방자를 받아줄 나라가 없다고 무기한 구금하는 것 또한 위헌이라는 판결이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1996년 제정된 개정 이민법의 주요 내용을 무효화시킨 것으로 이민자 권익 옹호에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내리면서 "헌법은 합법 체류자건 불법 체류자건, 임시 거주자건 영구 거주자건 구분 없이 모든 미국 주민의 자유를 보호한다"고 밝혔다. 이민 문제에 관해서는 연방 의회에 전권을 위임하는 것이 관례였던 대법원이 의회의 결정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은 96년 이민법이 얼마나 헌법 정신을 침해했는지 보여준다.
90년대 초 불황과 폭동으로 미국이 어수선해지면서 불기 시작한 반 이민 물결을 타고 제정된 이 법은 그 동안 민권단체들로부터 여러 차례 지탄을 받아 왔다. 이 법은 영주권자를 비롯한 비시민권자 추방을 쉽게 하는 것은 물론 법 제정 이전에 저지른 잘못까지 소급 적용해 추방 사유로 삼을 수 있게 하는 등 소급 입법 금지라는 기본적인 법률 원리까지 어긴 악법이다. 더군다나 신규 영주권자의 경우 똑같이 세금을 내면서도 웰페어를 비롯한 복지혜택을 박탈하는 등 노골적인 이민자 차별조항을 담고 있다.
연방 이민국은 지난 한해 동안 재심의 기회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무려 18만4,000명을 추방시켰다. 이 법 발효 후 수백명의 한인들이 사소한 범법 사유로 항의조차 제대로 못해 보고 한국으로 쫓겨났다. 한번 추방되면 합법적인 경로로는 다시는 미국 땅을 밟을 수 없다. 이들 가운데는 수십년 간 미국에서 살아 한국보다 미국적 생활방식이 익숙한 사람도 하나 둘이 아니다. 이번 판결로 한인을 포함 지금 연방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2만여명의 추방 대상자가 즉시 혜택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판결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은 정치 참여의 중요성이다. 이민자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 경제적 안정을 이룬다 해도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악법 때문에 하루아침에 가족이 생이별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선거가 있을 때마다 빠짐없이 참여하고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는 타인종 이민자 권익옹호 단체와 연대함으로써 누구도 이민자들을 무시할 수 없도록 실력을 쌓는 길밖에 없다. 이민자의 권익을 지킨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며 우리 모두가 이민자 권익 옹호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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