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중반 LA는 한글 주간지의 전성시대였다. 전두환 정권의 탄압으로 국내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틈을 타 한국 정부에게 비판적인 미 언론 기사나 한국 정치 비화 등을 소개하며 한동안 한인 사회에서 상당한 독자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주간지들의 난립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많다. 한인타운에서 장사를 하는 업주들이다. 주간지 직원을 자칭하는 사람들이 느닷없이 찾아와 “우리 신문에 광고를 내지 않으면 재미없다”고 은근히 협박을 하는 일이 잦았다. “주간지 기자가 우리 가게에 매일 전화를 해 말을 안 들으면 폭파시켜 버리겠다고 위협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전화가 편집국으로 걸려 온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기승을 부리던 주간지가 한물 가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들어서다. 한국이 민주화되면서 국내 언론에 보도 안 된 정치 비화를 싣기도 힘들어졌고 불경기가 찾아오자 업주들이 ‘나먹고 살기도 힘든데 광고 낼 돈이 어디 있느냐’고 버티면서 그 많던 주간지들이 차츰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LA에서 사라진 공갈 주간지의 횡포가 뉴욕에서는 여전한 모양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주 뉴욕 퀸스 한인사회의 업주를 등쳐먹는 한인 주간지 실태를 특집으로 다뤘다. 이 신문에 따르면 웨이트리스로 일하던 박순희 씨는 그 동안 모은 돈으로 플러싱에 식당을 개업한 후 코리아 트리뷴이라는 한국 무가 주간지에 100달러 어치 광고를 냈다. 그러나 돈만 받고 광고를 내주지 않아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지자 발행인인 브라이언 김(42)이라는 사람이 “광고료를 더 내지 않으면 식당을 폭파시키고 식당 주인이 웨이트리스 팁을 떼어먹는다는 기사를 쓰는 것은 물론 시보건국에 벌레가 나온다고 허위 신고를 하겠다”고 위협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김씨는 박씨를 비롯한 4명의 한인업주들로부터 금품을 뜯어내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 김씨 체포후 발행이 중단되기는 했지만 이 주간지는 한 때 발행부수가 1만 부에 달할 정도로 호경기를 누렸으며 LA 출신인 김씨도 뉴욕 한인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가 한 나이트클럽에 찾아가 매달 1,000달러 어치의 광고를 내지 않으면 갱들을 풀어 문을 닫게 하겠다고 협박한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은 최근 이민자 사회에서 무가 주간지들이 우후죽순처럼 번지고 있다며 이들의 경우 광고 청탁과 공갈협박과의 경계가 불분명한 상태라고 말했다. LA에서는 공갈 주간지들은 사라졌지만 낯뜨거운 선정적 기사와 광고로 가득 찬 주간지들이 범람하는 등 새로운 문제 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한인 사회가 주간지 공해에서 벗어날 날은 언제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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