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인근에 사는 40대 후반의 김모씨는 최근 성격차이를 이유로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결혼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남편이 지나치게 소심해 작은 일에도 충돌이 잦았고 그때마다 남편의 무시와 폭언을 견뎌왔지만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결심을 한 것.
혼자 소규모 자영업을 하는 50대 중반의 이모씨도 직장이 없는 남편이 비즈니스와 집안 일에 사사건건 간섭만 하는데 지쳐 중년 이혼을 단행한 경우. 남매가 이제 다 성장한 데다가 작년에 대학에 들어간 딸이 "왜 엄마만 희생을 하느냐"며 차라리 이혼할 것을 권유한 것도 이혼 결심에 큰 작용을 했다고 한다.
중년의 한인 가정이 흔들리고 있다. 한인사회에서 제기되는 이혼청구 케이스가 하루 두 건 꼴로 발생하고 있고 이중 40∼50대의 중년 이혼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쉽게 이혼을 선택하는 한인 가정의 중년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이혼을 선택하는 중년의 한인 부부들이 많은 것은 과거와는 달리 부부간 갈등이 깊을 때 서로 참고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헤어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혼생활이 10∼15년 정도 된 40대 부부들의 경우 결혼 초기부터 축적돼온 부부간의 갈등이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고 50대 이상의 경우 자녀들의 성장으로 부부간의 관계를 이어주던 끈이 떨어져나가면서 부부갈등이 쉽게 이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오렌지카운티 가정상담소의 김선영 소장은 "특히 자녀 양육과 경제 문제 때문에 결혼 초기에는 힘들어도 참고 살아야 한다고 느끼던 여성들이 갱년기가 지나면서 성격차이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보호막이 되던 자녀들도 떠나면서 이혼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한국과의 생활권이 가까워지면서 중년 이혼율이 높아가고 있는 한국의 추세를 따라가는 측면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중년 이혼율은 두 배나 높아졌다. 최근 한국 통계청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한국의 전체 이혼 여성 중 40세 이상이 31.6%를 차지, 10년전의 15.5%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났다. 이혼 당시 부부가 함께 산 기간에서도 10년전에는 결혼생활 5년 미만의 젊은 부부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지난해에는 전체 이혼 부부 4쌍 중 1쌍(26.3%)가 결혼생활이 15년 이상으로 급격히 늘었다는 것.
이같은 중년부부의 위기를 극복하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부부간 문제가 생겼을 때 갈등이 커지기 전에 상담 등을 통해 서로의 습관을 변화시키고 가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한인정신건강후원회 이재수 회장은 "이혼 부부들의 절반 이상이 이혼 후 후회한다는 통계도 있다"며 "상담 등을 통해 갈등을 완화시키고 무엇보다도 부부가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단점을 감싸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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