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리조나 투수 커트 실링, 암투병 아내위해 역투
메이저리그 최고의 우완정통파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커트 실링이 올해부터 아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유니폼을 입고 새출발했다.
실링은 지난해, 자신이 오랫동안 몸담았던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최악의 시즌을 보낸 후 아리조나로 트레이드됐었다.
그는 특히 지난시즌 후반기에 내리 5연패를 기록함으로써, 플레이오프 진출을 꿈꾸던 필라델피아 팀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이 때문에 실링은 한동안 자기 때문에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는 자책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실링의 아리조나행이 결정된 직후 그의 아내 숀다가 피부암 선고를 받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실링이 올시즌 그의 야구인생에서 최대의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한편, 아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닉네임 ‘빅유닛’의 좌완 랜디 존슨에 이어 우완정통파 커트 실링까지 확보함으로써, 올시즌 우승을 향한 막강한 투수진용을 갖추었다.
세 차례나 올스타 투수로 선정된 바 있는 실링은 이로써, 자신이 어린시절 성장했던 아리조나에서 제 2의 야구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 실링이 다이아몬드백스와 3년 연장계약을 체결할 때만 해도, 그의 가족은 연중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아리조나에서의 새삶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계약체결후 불과 두 달만에 아내 숀다가 피부암 선고를 받음으로써, 아리조나의 태양빛은 이제 그의 가정의 새로운 장애물로 등장했다.
피부암 환자에게는 햇빛노출이 금물이기 때문에, 숀다는 세 자녀와 함께 초저녁에 밖에서 자전거를 탄다. 또, 실링의 세 자녀들은 의학적으로 피부암에 걸릴 가능성이 보통사람보다 네 배나 더 높아졌다. 앞으로 실링 가족은 정규시즌에는 아리조나에 살고, 오프시즌에는 필라델피아 집에서 살 예정이다.
지금까지 숀다는 남편의 홈게임은 거의 빠짐없이 관전해 왔다.
다행히 푀닉스의 뱅크원 볼팍 구장은 천장이 개폐형으로 되어 있어, 낮동안 화씨 100도의 태양빛을 차단할 수 있다.
올시즌 커트 실링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는 뚜껑을 열고보니 완전한 기우로 판명되었다.
그는 시즌 전반기 동안, 11승 2패 방어율 2.76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투수 중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또한, 실링은 투구이닝수 및 탈삼진 랭킹에서도 메이저리그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이 밖에, 전반기 초반에만 벌써 두 차례 5연승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아리조나의 우익스 레지 샌더스는 말한다.
"실링이 가정과 야구인생의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과정은 동료선수들에게 큰 도전을 주고 있다. 현재 실링은 아내의 투병생활 때문에 흔들리기 보다는, 오히려 정신적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실링은 지난해 저조한 성적을 거둔 후, 오프시즌 동안 그 어느 해보다 더 훈련에 열중했었다. 특히, 1999년 시즌 이후 받았던 어깨관절 수술의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어깨근육 강화훈련에 집중했다.
"실링은 개인적인 위기를 강인한 불굴의 정신력과 철저한 준비성으로 극복한 대표적 케이스다. 그는 내가 본 선수중 가장 준비성이 뛰어난 선수다. 올시즌 그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아리조나의 1루수 마크 그레이스는 칭찬한다.
실링은 매 경기후 컴퓨터 화면을 통해 자신의 투구내용을 꼼꼼히 분석한다.
그는 1995년부터 2만회 이상의 자신의 투구내용을 수록한 CD를 90장 이상 보유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대책없는 컴퓨터광이라고 말한다. 실링은 또한, 메이저리그 산하 모든 심판들의 판정성향을 분석한 책을 수시로 탐독한다.
실링은 자신의 출장경기가 아닐 때도 덕아웃에 앉아 경기내용을 꼼꼼히 기록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커트 실링은 내가 보아 온 선수들 중에서 덕아웃에 앉아 가장 열심히 경기에 몰입하는 사람이다"
아리조나의 밥 브랜리 감독의 평가다.
군인가정에서 태어난 실링은 2차대전 역사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의 필라델피아 집에는 2차대전에 관한 서적들을 모은 개인도서관이 있다. 그는 또, 독일군이 대전차 지뢰파괴용으로 사용했던 소형 지뢰파괴 차량까지 소장하고 있다. 이 밖에, 그의 소장품 중에는 영국의 버나드 몽고메리 장군이 아프리카 전선에서 착용했던 갈색 베레모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실링이 가장 애정을 쏟아붓는 대상은 역시 그의 가정이다.
실링 부부는 이날까지 하루하루 인생을 함께 나누며 살아왔다. 실링은 스프링시즌 동안, 훈련이 끝나면 매일 아리조나 투산 소재 베이스 캠프에서 두 시간씩 차를 몰고 집으로 갔을만큼 끔찍이 가정과 아내를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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