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시험 면접관으로부터 "고려시대에 관해 아는 대로 말해보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정확한 답변을 30초 동안 거침없이 늘어놓을 자신이 있는가. 드라마 ‘왕건’에 등장하는 내용을 우왕좌왕 주워섬기지 않는 한 30초를 채우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답변자가 에드워드 슐츠(57) 하와이대학 한국학센터 소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와이 한인이민 100주년기념사업 준비에 남다른 열성을 기울이고 있는 슐츠 소장은 고려시대의 무신정권사로 박사학위를 딴 한국통이다.
"44년 원숭이 띠"에 "쐬주"와 김치를 좋아하는 "백두산처럼 생긴 남자"인 그는 "무늬만 백인"일뿐 정서와 입맛은 한국 토종에 가깝다.
슐츠 박사는 1966년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부산 경남고등학교에서 영어회화를 가르치면서부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은 "가난하지만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나라"였다.
무어라 짚어 말할 수 없는 한국의 매력에 끌린 그는 하와이대 대학원에 진학해 "죽어라 한국사를 파고든 끝에" 드디어 박사학위를 따냈다. 뉴욕주 유니언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면서 중국어와 한자를 배워둔 것이 공부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서대숙 교수와 이정훈 교수에 이어 UH한국학센터의 3대 소장으로 부임, 3년간의 첫 임기를 마친 그는 7월부터 두 번째 임기에 들어간다. 지난 3년 사이에 그가 이룬 최대의 결실이라면 주정부로부터 200만 달러의 예산을 얻어 한국 전통건축양식으로 지어진 한국학센터 건물의 기와와 단청을 새로 입힌 것이다.
그는 연구소 건물을 볼 때마다 하와이 한인사회에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한인 커뮤니티의 대대적 모금운동과 한국정부의 지원이 없었다면 자체적 연구소 건물을 갖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UH한국학센터의 세가지 자랑거리로 "미국 대학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연구소 건물을 갖고 있고, 소속 교수가 17명으로 한국학 분야에서 전국 최대이며 연구활동이 가장 활발하다"는 점을 들었다.
매달 한번씩 연구소에서 열리는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 모임에 꼬박꼬박 참여하는 슐츠 박사는 "작년 1월과 올해 5월에 한국관련 국제 학술제를 주최했다"며 "내년에는 연세대학과 공동으로 학술대회를 열고 이제까지 발표된 논문들을 책으로 묶어 내놓겠다"며 앞으로의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
"한국에 나가 보니 한인 이민 100주년에 대해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더라"며 아쉬움을 표시한 그는 "두 번째 임기에는 100주년 준비에 전력할 것이며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작업에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고 다짐했다.
하와이 원주민의 혈통을 지닌 아내와 3년 동안 한국에서 생활한 슐츠 박사는 "안사람이 김치를 무척 잘 담근다"고 자랑했다. "부인도 한국어를 잘하느냐"고 묻자 "썩 잘하지는 못하지만 시장에서 물건값을 흥정할 정도"는 된단다. 한국어로 그의 기를 죽이기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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