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가 대세라고는 하나 그래도 인도, 멕시코, 벨기에, 이란 영화도 수입되지 않느냐, 장르도 이만하면 다양하지 않는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영화들이 주류를 거스르지 않는 것들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다양성 운운하기가 뭣하다. 인지도 높은 배우를 캐스팅한 일정 이상 규모의 상식적인 영화들이란 뜻이다. 90%의 사람과는 생각이 다른, 소위 괴팍한 10%의 이념과 행동을 담은 영화는 보기 힘든게 우리 현실이다.
그 10%에 동성애도 포함될텐데. 요즘 우리 TV 코미디물에도 동성애자를 암시하는 캐릭터가 나오고 있으니 동성애에 대한 편견은 많이 사라진 것으로 보아야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혼한 이에게 밤 생활 파트너에 관한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서 독신자의 그것을 궁금하게 여기는 것처럼, 이성애자와 동성애자에 대한 관심은 출발부터가 다른 것이 사실이다.
감독이 "나는 동성과만 사랑에 빠질 수 있습니다"라고 커밍 아웃했다면 작품을 정색하고 다시 보게된다. 이런 얄팍한 호기심이 오히려 숱한 영화 속에서 내 작품을 튀게할 수 있는 요소니 나쁘지 않다고 해야할까?
그렉 아라키의 영화는 시네마떼끄와 같은 한정된 영화 상영 공간이나 작은규모의 특별한 영화제에서만 만날 수 있었다. 에이즈 감염자인 두 게이 청년의 여행을 건조하고 허무한 시각으로 그린 ‘리빙 엔드’(1992년)와같은 대표작이 말해주듯, 동성애자인 그의 영화 세계는 아직 우리에게는 낯설고 위험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헌데 지난해에 한 여자와 두 남자의 동거와 사랑, 임신을 그린 청춘물인 1999년 작 ‘키싱 투나잇 Splendor’이 비디오로 출시되었고, 얼마 전 1997년 작인 ‘어디에도 없는 영화Nowhere’(18세 이상 등급, 파워 오브 무비)가 출시되어 의아할 지경이다. 비록 비디오만의 출시이기는 하나 비주류, 저예산의 젊은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란 점에서 반기지 않을 수 없다. 하기야 동성애가 요즘은 주요 셀링 포인트가 되기도 하니까, 이제는 특별 취급되는 주류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독창적인(?) 우리말 제목에다 천기가 뚝뚝 흐르는 시뻘건 자켓 디자인 때문에 선뜻 대여하기가 뭣하지만, 색다른 영화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LA에 사는 이들은 길 잃은 방황자들 뿐이다"라는 자막으로 시작되는 이 청춘 영화는 90년대 LA에 사는 젊은이들의 하위 문화 탐닉을 분방하게 그리고 있다.
다크(제임스 듀발)는 아침 샤워를 하며 애인 멜(레이첼 트루)이 "해달라고 애원해봐"라고 속삭이던 모습, "깊고 검은 네 눈 속에 빠질 것 같아"라던 몽고메리(나단 벡스톤)의 유혹, 두 여자가 덤비며 "우린 변태는 질색이야"라던 장면들을 떠올린다. 마녀처럼 분장한 어머니(비버리 디 안젤로)가 "또 자위하냐"고 문을 두드려대자 겨우 몽상에서 빠져나오는 18살의 영화 전공생.
다크는 멜이 여자 친구 루시퍼(케슬린 로버트슨)와 자신을 오가는 것도 부족해, 시끄러운 파티를 즐기며 숱한 남성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이 싫어 결혼을 제의한다. 마약에 취한 멜은 "난 젊을 때 섹스와 사랑을 많이 해야된다고 생각해. 긴장을 푸는덴 섹스가 최고야"라고 답한다.
옥선희 비디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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