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장용 애니 ‘마리이야기’로 장편데뷔하는 이성강 감독
“단편애니메이션에서 누리던 자유를 가져갈 수 없겠지만 그 이상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편에서 장편으로,독립에서 상업으로 장르를 옮겨가는 건 일종의 모험이다. 극장용 애니메이션 ‘마리이야기’로 장편 데뷔하는 이성강(39) 감독이 심상찮다.
10일 서울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린 ‘마리이야기’ 제작발표회에서 이 감독은 이 영화에 쏟아지는 관심에 처음에는 당혹스러워 했다. ‘아마겟돈’ 등 이전 국내 애니메이션의 실패가 부담이 되지는 않았을까. ‘마리 이야기’의 기획 단계였던 2년 여 전 그는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이 설 자리가 좁은 현실을 걱정했다. 그러나 곧 자신감을 내비쳤다.“일본 작품을 접하면서 관객의 안목도 높아졌지만, 국내 애니메이션의 기획력, 표현의 완성도 등도 기대해도 좋을 만큼 향상됐다. 실사영화가 할리우드와 경쟁하듯 ‘마리 이야기’도 디즈니나 드림웍스, 일본 애니와 경쟁할 뿐이다.”
작가로서의 역량은 ‘덤불 속의 재’(1998)로 1999년 앙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공식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이미 입증됐다. ‘컴퓨터애니메이션 1세대’. 이 감독을 수식하는 표현이다. 심리학(연세대)을 전공하고 미술이 좋아서 민중미술에 참여했지만 애니메이션은 독학으로 익혔다. 1995년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시작한 후 ‘작은달’(1995) ‘연인’(1996) ‘우산’(1997) ‘덤불속의재’ 등 13편의 단편작업에서 회화적 이미지에 철학적 주제를 담아내며 독자적 스타일을 구축했다. 이 감독은 “독립과 상업 사이에 경계선을 그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수 있으면 된다”고 말한다. ‘마리 이야기’가 이전의 독립 단편작업과 단절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열두 살 수줍은 소년 남우가 하늘을 둥둥 날아다니는 소녀 마리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펼칠 ‘마리 이야기’는 성인을 위한 동화. 3차원 그래픽(배경)과 2차원 페인팅(인물)의 결합을 통해서 부드러운 파스텔풍 회화적 이미지를 살렸고, 그래서 몽환적이다. 이 감독은 “사랑, 추억을 곱씹어 보는 감동을 전달하고 싶다. ‘사람에 대한 사랑’은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에, 어린이도 그 감동을 충분히 해석할 수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첫 장편이다 보니 고충도 있다. “장편은 시간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다.” 35명의 애니메이터들이 하루 종일 작업한 게 채1분 분량도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2년 간의 씨름 끝에 현재 75% 정도 완성됐고, 12월 선보일 예정이다.
‘마리 이야기’는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의 성패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 같다. 그만큼 이성강 감독의 책임도, 그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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