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맑다. 개성적인 얼굴이 브라운관을 휘젓고 다니는 요즘, 전통적인 미인형 얼굴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신예 스타 손예진(20).
그가 지금 MBC TV 월화드라마 <선희 진희>의 타이틀롤을 맡아 맑은 외모와 신인답지 않은 깔끔한 연기를 선보이며 차세대 스타감으로 떠오르고 있다.
SBS TV <여인천하>의 거센 바람 때문에 시청률 15%만 되도 ‘성공’ 이라는 평가를 받는 <선희 진희>가 손예진을 비롯한 김규리 박용우 윤태영 등 젊은 연기자들의 전력투구에 힘입어 15% 가까이 올라섰다.
투명한 가을 하늘이 눈부셨던 날 겨우 짬을 낸 그를 만났다. “처음 선희역을 맡겠다고 했을 때 차라리 진희 역이 낫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진희 역이 강한 캐릭터잖아요. 하지만 연기를 해보니 선희는 내면적인 강인함이 돋보이는 인물이에요. 하면 할수록 점점 빠져드는 배역입니다.”
<여인천하>에 맞서는 경쟁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아달라는 캐스팅 제의가 왔을 때 무척 긴장했다고 한다. 이제 겨우 출연작 두편째로 생짜 신인인 그로서는 쟁쟁한 신인들과 견줘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한 일.
“막상 촬영이 시작되고 나선 오히려 맘이 편해졌어요. 젊은 층에서 호응을 보내주는것 같아 힘을 얻었습니다.” 촬영 초반 조급한 마음에 화장이 진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올라온 젊은 팬들의 글에서 진한 화장이 지적 받자 지금은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다.
선희 역을 맡아 기억나는 장면은 한여름 뙤약볕이 쨍쨍 내리쬐던 날 여고 졸업식 장면을 찍느라 겨울 코트와 털모자를 쓰고 땀을 뻘뻘 흘렸던 일이다. 선풍기를 틀었지만 역부족.
여고시절 장면을 찍기 위해 1주일에 사흘은 강원도 영월에 머물렀는데 서울과는 달리 드링크제 한 병이라도 건네며 수고한다고 말하는 주민들에게 힘을 얻었다고 한다.
<선희 진희> 출연진들과는 호흡이 척척 들어맞는다. 함께 타이틀롤을 맡은 김규리와 라이벌 의식은 없을까. “사실 걱정했어요. 맘이 맞지 않아 서로 튀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잖아요. 그런데 한번 감정이 막혀서 연기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던 적이 있었어요. 그 때 언니가 그 ‘미묘한’ 순간을 알아채고는 ‘조급하게 생각하지말라’는 충고를 해주더군요. 그 때 왜 있잖아요.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극중 파트너인 박용우는 연기자가 안됐으면 성인군자형의 선비가 됐을 정도로 점잖은 사람이고, 윤태영은 세심하게 챙겨주는 자상한 오빠같다고 평한다.
“원래 8부 대본에는 용우선배랑 키스신이 있었어요. 잔뜩 긴장하고 있는데 촬영당일 감독님이 그 장면을 빼더라구요. 감독님이 생각하기에도 이상해 보였나요?” 라며 반문하고 웃는다.
데뷔부터 주인공을 맡았던 손예진. 아무 고생 없이 탄탄대로의 길로 접어들었기에 사람사는 세상에선 오히려 잃는 것도 있을 것 같아 어떤 생각을 하는 지 물었다.
“차근차근 한 단계 한 단계 밟아나갔으면 이 위치의 고마움을 더 느꼈을 겁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나는 또 다르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선희 진희> 촬영 때문에 영화 <취화선> 촬영이 10월로 미뤄졌다. 연기를 하면서 스트레스 푸는 법을 찾아낸다는 손예진은 맑은 눈빛 만큼이나 맑은 마음을 갖고 있어 만날 때 마다 기분 좋은 배우다.
김가희 기자 kahee@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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