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 걸려오는 전화마다 뉴욕을 뜨란다. 태평양 건너에 사는 사람들이 뉴욕의 테러 참사 근방에 사는 사람들보다 더 호들갑이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듯 한 순간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월드트레이드 센터 건물을 사무실에서 바라보면서 온몸을 엄습하던 공포감도 어느덧 사라지고 TV와 라디오에서 나오는 테러 참사 관련 보도들을 무심코 듣게 된다.
월드 트레이드 테러 사건 직후 조지 워싱턴 브릿지를 지날 때마다 온 신경을 쭈뼛하게 만들던 긴장감도 서서히 사라지고 미 항공모함들의 걸프전 배치 소식을 라디오에서 들으면서도 ‘전쟁이 나려나’하는 덤덤한 마음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무감각해져서가 아니라 엄청난 테러 위협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출퇴근 때 아침, 저녁으로 지나다니는 조지 워싱턴 브릿지에서 폭발물이 발견됐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정말로 뉴욕을 떠나고 싶었다.
이민자의 도시, 자유의 여신상이 우뚝 선 뉴욕이 어쩌다 테러의 도시로 전락해버렸을 까.
수 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 참사의 여파는 정말로 엄청나다. 관광의 명소인 맨하탄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기게 됐고 현장 인근 비즈니스업계는 폐업 직전의 위기에 처했다. 사건 현장에 있던 수많은 목격자들은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전세계가 미국의 전쟁 선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테러 참사가 발생했던 뉴욕은 온통 뒤숭숭하다. 미국의 공격 시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테러에 대비 방독면이 동이 나는 사태까지 야기되고 있다. 이 틈을 타 가격을 슬며시 올리는 얌체 한인 상인들도 있었다.
이번 참사에서 우린 미국인들이 의연히 대처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멀리 매사추세츠에서 붕괴현장으로 달려와 자원봉사 일을 해달라고 피켓 시위를 하는 대학생을 지켜보며, 참사 소식을 접한 후 희생자들 보다 먼저 병원으로 달려와 헌혈하는 사람들을 보며, 사건현장에서 서로 소식이 두절된 노부부를 상봉시켜준 한 자원봉사자의 아름다운 마음을 바라보며 우린 돈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된다. ‘자원봉사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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