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감’은 딱 유지태(25)의 영화였지만 그의 이미지는 영화보다는 CF로 더 많이 기억된다.
아무 말 없이 그저 빙그레 웃는 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여기서 ‘이었다’ 라고 말하는 것은 유지태의 그 상큼한 미소 역시반복적으로 보이기 시작하면서 ‘질린다’는 느낌을 주었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봄날은 간다’를 통해 보여진 그의 모습은 그가 충분히 이런 함정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연상의 여자와 사랑에 빠질 때, 그는 옆집 누나를 사모하는 풋풋한 고등학생 같았고, 여자를 떠나 보낼 때 그는 물기를 날려보내기 시작한 가을 나뭇잎 같았다.
“상품으로 팔린 나의 이미지 때문에 아마 ‘질린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은 수치로 나오는 흥행 여부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흥행에 상관없는 연기를 할수 있으려면 먼저 흥행 배우가 되어야 하는 게 ‘엔터테이너’의 이율배반 아닐까. “물론 그렇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배우가 되느냐 하는 것. 지성인도 될 수 있고, 그냥 딴따라도 될 수 있는 게 배우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유지태는 꼭 감독의 분신처럼 보인다. “ 허진호 감독은 배우를 마네킹이 아닌 오브제로 잘 활용하는 감독이다.
영화촬영 기간의 3분의 2는 아마 감독과 대화를 하는 시간이었을 것 같다. 빈 컵으로 시작해 영화 끝 무렵에는 찰랑찰랑 차도록 해 달라는 감독의 주문이 기억에 남는다.”
유지태의 말은 단조(短調)이지만 내용이 꽤많다. “말을 잘해서 멋져 보이려는 생각은 없다. 이렇게 말하는 순간에도 상대(기자)가 나를 읽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렇다고 나를 속이며 조심만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 같다.”
가끔씩 충무로 영화사에서 배우들에게 커피를 끓여 오던 때의 유지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나 187㎝의 큰 키로 꾸벅 인사하는 데 호감을 표시하는사람들이 많다.
“초등학교 때 교회 성극에서 악마 역을 한 이래 연극이나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 고교 때는 연극영화학과에 가려고 현대무용을 했다(1993년현대무용대상 수상).
그런데 하루만 쉬면 딱 표가 나는 무용을 오래 할 수가 없었다. 산만한 나로서는…. 학교 때는 연극연출을 했다.
단국대에 들어갔더니 선후배들이 스태프를 하라고 했다. 단순히 키가 크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영화연출을 공부하다 영화사를 기웃거리게 됐다. 얼굴 좀 알려졌다고 사람 변했다는 얘기를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3월 중앙대 대학원에 입학했다. 영화 출연하느라 보냈던 대학시절이 아까운 것일까. “남들 공부할 때 놀고, 쉴 때 공부하는 게 취미다. 농담.
3D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있다. 친구들과 작은 영화도 만들어 보고. ‘슈렉’을 보면 애니메이션인데도 감정이 너무 잘 살아있어 연기자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올 것 같다. 그래서 이 공부 끝나면 또 학교에 갈 계획이다.”
박은주 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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