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면적의 86%가 보존 지역이라 성장 여지 없어
최근 뉴욕 테러 사태 이후, 비행기 타기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여행가기가 어쩐지 내키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자기 집이나 집 가까운 곳의 1박2일 코스 정도가 무난한 휴가방법으로 꼽히고 있다. 남가주 주민들에게 산타 카탈리나 섬이 바로 그러기에 좋은 곳 중 하나.
그러나 관광지로서 산타 카탈리나 섬은 목하 고민중이다. 이름만 보면 마치 태평양 한가운데 떠있는 열대 낙원 같은 이곳은 대부분의 남가주 주민들이 알고 있다시피 폭포나 넓은 백사장, 그물 침대가 얽혀있는 호화 유원지가 아니나 그런 기대를 안고 처음 찾은 외지인들은 모두 실망을 금치 못한다. 워낙 크기가 작은데다가 바닷가에 면한 호텔도 없어 지나가는 사람을 잡고 “이게 다냐?”고 묻는 이가 한둘이 아니다.
LA의 샌피드로 항구에서 30마일 정도 떨어진, 수평선 위에 작은 점처럼 찍혀있는 카탈리나 아일런드는 예로부터 남가주 주민들에게 보석같은 존재로 방문객의 70% 이상을 그들이 차지해왔다.
그러나 이 섬의 공직자와 상인들은 비록 말없는 가운데나마 이 섬의 매력이 관광시장에서 지탱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 섬의 오랜 주민이자 부동산 에이저트인 페기 마이어는 “만약을 위해 하나쯤 갖고는 싶지만 사실 사용은 하지 않는 헬스클럽 회원권 같다”고 표현한다.
그렇다고 카탈리나 아일런드에 인적이 끊겼다는 말은 아니다. 작년에도 방문객은 90만명을 헤아렸다. 그러나 통계를 보면 경기가 한창 좋던 지난 몇 년간 별로 증가한 것이 없다. 1995년 이후 연간 방문객 숫자는 3년 연속 줄어들다가 1999년과 2000년에 조금 늘었다. 올 들어 5월까지 방문객 숫자는 13%, 호텔 투숙률은 20%가 줄면서 혹시 카탈리나 섬이 남가주에서 잊혀진 존재가 되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샌디에고의 관광업계 컨설턴트 스킵 헐은 “카탈리나는 한번 가본 사람에게는 잊혀지기 쉬운 곳”이라고 말한다. 우선 카탈리나의 매력이기도 한 작은 크기부터가 문제다. 현재 이 섬에서 개발가능한 곳은 아주 조금 뿐으로 나머지는 산타카탈리나섬 보존위원회가 소유, 통제하고 있다. 48마일에 이르는 해안의 거의 전부를 포함, 총 4만2000에이커인 이 섬 면적의 86%를 관리하고 있는 위원회는 땅을 하이킹, 캠핑이나 기타 야외 오락활동만 할 수 있는 자연상태로 보존하고 있다. 이 섬의 대부분을 소유했다가 위원회로 넘긴 추잉검 재벌 윌리암 리글리 주니어와 그의 가족들이 이 섬의 자연 상태 그대로의 보존을 강력히 원했기 때문에 앞으로 개발될 땅도 거의 없어 보인다.
이 섬의 중심지인 아발론에는 좁은 길 주위로 300개나 되는 상점들이 몰려 있다. 객실은 1000개 정도고 여름날 주말에 1만명 정도의 사람들이 몰리면 도시 거리 한 블록 정도 길이인 해변가에는 앉을 자리가 없다.
항구조차 물은 깨끗하지만 비좁기는 마찬가지다. 스노클을 하는 사람들은 노란 잠수 관광선에 밀리고 카약을 타는 사람들도 파워보트와 제트 스키에 밀린다.
이처럼 성장의 여지가 없어 카탈리나 섬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주요 관광지가 되려면 계속 사람들이 되돌아오게끔 새 단장을 계속해야 하는데 카탈리나는 달라지는 것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래도 주민들은 아직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서로 서로 이 섬에는 남다른 매력이 있다고 다짐하고 있다. 전혀 카지노가 아니지만 이름이나마 카지노도 있고 30, 40년대 빅 밴드들이 아직도 찾아와 연주하는 사적지인 극장도 있다. 타운 한가운데 영구히 미니어처 골프 코스가 자리잡은 이 곳의 자동차 대수는 제한되어 새로 자동차를 사려는 주민은 신청해놓고 10년은 기다려야 할 정도다. 그러니 언제든 와서 같은 자리에 서면 변함없이 같은 광경이 보이는 곳이 이 섬이다.
섬 공직자중 일부는 관광객을 끌기 위해 뭔가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공회의소를 겸하고 있는 관광부는 1년에 16만달러 이상을 들여 거의 남가주 시장에만 광고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 이 섬이 관광시장에서 존재를 유지하기 바라는 사람들도 도대체 어떻게 해야 남가주의 그 많은 놀이공원들과 더 넓은 해변, 강, 산들과 경쟁할지를 모르고 있다. 1박2일 코스만 하더라도 샌디에고, 산타 바바라, 팜 스프링스등과 어깨를 겨누기는 힘든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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