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충무로에는 `우먼 파워’의 물결이 거세다.
남성 위주의 영화에 양념처럼 얼굴을 내비치던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주인공 자리를 차지한 `여성 영화’들이 쏟아져나오는가 하면 `금녀(禁女)의 집’에 가까웠던 감독 분야에도 여성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뿐만 아니라 주로 나약하게만 그려졌왔던 여성 캐릭터들도 180도 달라졌다.
▲여자를 주인공으로한 영화 봇물
’꽃섬’ ‘나비’ ‘아프리카’ ‘고양이를 부탁해’ ‘피도 눈물도 없이’는 모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들이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경쟁작 ‘꽃섬’(송일곤 감독, 11월 개봉 예정)과 로카르노영화제 여우주연상(김호정)수상작인 ‘나비’(문승욱, 10월 13일)는 두 편 모두 상처와 치유에 관한 여성 로드 무비다. 정재은 감독의 데뷔작 ‘고양이를 부탁해’(10월 13일)는 애완 동물과 야생 동물의 경계에 있는 `고양이’와 사회에 갓 내던져진 스무살여자 아이들 사이에서 공통점을 발견한다.
현재 촬영 중인 ‘아프리카’(신승수 감독)는 권총 두 자루를 손에 넣은 네 명의 여자들이 펼치는 모험담을, 전도연과 이혜영이 호흡을 맞춘 ‘피도 눈물도 없이’(류승완)는 마초 세계에 둘러싸인 두 여자가 투견장을 무대로 벌이는 연쇄 강탈극을 다룬다.
▲여성 감독 전성시대
’고양이를 …’로 충무로에 본격 입성한 정재은 감독을 포함해 여성들의 감독 진출이 활발하다. 지난 96년 ‘세친구’로 데뷔한 임순례 감독은 5년 만에 찍은’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들고 내 달 관객들을 찾으며, ‘미술관옆동물원’으로 `여성 불모지’인 국내 영화계에 여성 감독의 길을 열어준 이정향 감독은 현재 두 번째 영화 ‘집으로’를 찍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단편으로 실력을 쌓은 박찬옥 감독은 ‘질투는 나의 힘’을 데뷔작으로 정하고 내달 말에 촬영에 들어가며, ‘낮은 목소리’의 변영주 감독도 ‘내 생애단 하루뿐인 특별한 날’(가제)을 기획 중이다. 또 영화 배우 방은진도 마르시아스심의 소설 ‘떨림’으로 감독 데뷔한다.
▲여성캐릭터의 변화
여성들의 숫자도 많아졌지만 스크린 속의 여성 캐릭터도 달라졌다. `청순가련형’의 여성상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올 여름 흥행 최강자인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이 `엽기녀’의 진수를 보여준데 이어 이번에는’조폭마누라’의 신은경이 양손에 가윗날 한 쪽씩을 들고 추석 극장가를 접수할 태세다. `조직 폭력배’의 두목인 그녀는 두 눈을 부릅떠 남편을 간단하게 제압하고, 수십 명의 `똘마니’에게서 `누님’이 아닌 `형님’ 소리를 듣는다. ‘피도 …’에서 이혜영과 전도연은 `투견장’을 무대로 몸소 액션 연기를 펼쳐 여성액션 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
멜로 영화에서도 더 이상 여성은 눈물이나 펑펑 흘리는 나약한 모습이 아니다.
28일 개봉하는 허진호 감독의 신작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는 연하의 남자의 마음을 마구 흔들어놓고도 무덤덤해 하는, 욕정에는 충실하지만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복잡다단한 캐릭터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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