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사람을 찾아주는 프로 ‘TV는 사랑을 싣고’에 일종의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다. 왜냐구? 벌써 몇 년에 걸쳐 내가 찾는 남자들이 출연을 거절했기 때문.
더군다나 첫사랑이라면 몰라도 별 의미도 없는 사이인 남자들로부터 거절당했으니 자존심이 더욱 상할 수 밖에. 흥, 내가 뭐 진짜 지네들을 찾고 싶어서 그런 줄 아나? 방송 출연 섭외 때문에 억지춘향격으로 찾았었는데 어쭈구리……
실은 그 프로의 정석대로 초등학교 남자동창을 찾았어야 얘기가 제대로 되는 건인데 솔직히 내 경우에는 그 시절 핑크빛 로맨스가 단 한 건도 없었다. 공부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해 모든 남학생을 라이벌로 간주하는 호전적인 범생이었으니까.
그러다보니 머리 커서 만난 이성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진짜로 재회하고 싶은 첫사랑은 나의 친구와 결혼해잘 살고 있기 때문에(아주 가슴 아픈 사연이 있음) 차마 찾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태어나 난생 처음 미팅을 한 상대는 고시에 합격해 지금은 어엿한 판사님이 되셔서 스탭진의 섭외에 당당하게 거부 의사를 밝혀왔다.
하긴… 나이에 관계없이 ‘영감님’이라고 불리우는 판사님이 나올 리가 없지… 더군다나 마나님의 눈치가 오죽이나 할까?
다음 번으로 찾아 나선 상대는 대학 일학년 때 소개팅으로 만나 한 두세 달 정도 함께 연극도 보러 다니고 밤길을 걷기도 한 남학생이었다. 현재 모 대학 화학과 교수가 돼 있다고 들었는데, 솔직히 그는 내게 전혀 절실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냥, 프로그램 작가가 하도 누구를 생각해내라는 성화에 별 의미 없이 이름들 댔던 건데 거절이라니? 와, 이번에는 정말로 기분이 나빴다. 억하심정이 잠깐 들었지만 곧 생각을 고쳐 먹었다. “그래, 마누라 눈치 보며 살기 얼마나 팍팍할까, 이해하자”는 쪽으로.
그래서 결국 누굴 찾았냐구요? 아, 결국은 동성을 찾고 말았다. 첫 사회 생활을 함께 시작한 동기 아나운서, 당시 줄기차게 따라다니던 남자 때문에 수습 딱지를 떼자마자 결혼해버린 나의 동기, 나정희 아나운서를… 그녀를 보자마자 얼싸안았다. 사무치게 그리운 20대 시절이 우리 두 사람에게 다시 와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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