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를 비롯 스포츠신문은 경천동지할 사건이 없으면 대개 스포츠 관련기사나연예기사를 1면에 올린다. 그러나 22년 전인 1979년 10월의 마지막 주에는 그렇지 않았다.
당시 유일한 스포츠연예전문 일간지였던 일간스포츠마저도망설임 없이 1면을 내줘야 했던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던 탓. 바로 현직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장에게 피살된 10.26 대통령 시해사건>이다.
그런데 대통령 시해 사건의 현장에는 한 여자 연예인이 있었다. 주인공은 가수심수봉.
당시 계엄사 합수부(본부장 전두환 소장)의 발표에 따르면 심수봉은 10월26일 저녁 박정희 대통령, 차지철 경호실장, 김계원 비서실장, 김재규 정보부장이 자리한 가운데 궁정동 중앙정보부 별실에서 열린 대통령 만찬에 사건 속의 또 다른 여인이었던 신재순과 함께 참석했다.
사건이 벌어지자 심수봉은 김재규의 저격을 받고 피범벅이 된 채 쓰러진 대통령을 안고 있다가 ‘난 괜찮아’라는 그가 살아 생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들었다.
심수봉과 신재순은 김재규가 불발된 권총을 버리고 다른 권총을 가지러 나간 사이 대피했다가 박선호 중정 의전과장의 도움으로 현장을 빠져 나왔다. 며칠 뒤 이들은 성금자 정혜순이란 가명으로 언론에 등장했다.
심수봉은 지난 94년 출간된 자전소설 <사랑밖엔 난 몰라>를 통해 당시 상황을 자세히 그렸다. 그의 책에 따르면 심수봉은 그날 아침 중앙정보부 의전과장 박선호의 연락을 받고 만찬장에 참석했다. 출발 전 평소 사용하던 기타가 못쓰게 된 것을 발견하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대통령의 왼쪽에 앉았고 ‘자네 노래나 한번 해 보지’라는 대통령의 말에 따라 <그때 그 사람>을 시작으로 <눈물젖은 두만강>, <황성옛터>를 불렀다.
책 서문에 ‘미치지 않고 살아 남아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기적’이라고 밝힌 심수봉은 소설에서 이미 4년 전 대통령을 한번 만난 적이 있으며 사건 발생 사흘 전엔 김재규 부장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등 ‘그날 그 자리참석’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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