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해에서 아프간 공습작전의 주력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칼 빈슨 항공모함의 하루는 긴장의 연속이다. 수십대의 전투기와 전폭기가 쉴새없이 이착륙을 반복하고 승무원과 수병들의 일과도 엄격한 규율과 규정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이뤄지고 있다.

칼 빈슨 항공모함은 우선 그 거대한 규모로 승선자를 압도한다. 갑판 한쪽 끝에서는 다른 쪽 끝이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해군 관계자들은 탑재 전투기 수에 비해 갑판 면적이 턱도 없이 부족하다고 불평이다. 당장 출격하지 않는 전투기는 항모에 있는 40개의 대형 엘리베이터를 통해 갑판 바로 아래 위치한 격납고로 옮겨져 정비를 받고 대기한다.

칼 빈슨 항모에는 5,600여명의 승무원이 타고 있지만 이중 대부분은 항모 내부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사실 바다를 볼 시간이 별로 없다. 갑판 출입은 조종사와 정비요원 등 소수의 필요한 인원으로만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일반 승무원들은 하루 2번 갑판 청소시간에만 햇볕을 볼 수 있다. 대신 갑판 위의 작은 돌멩이나 쓰레기, 쇠파편 등을 줍는 일을 해야 한다. 아무리 작은 물체라도 제트엔진에 흡입되면 전투기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이는 아주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물론 이 시간에는 모든 전투기 이착륙이 금지된다.

갑판 위의 수병들은 임무에 따라 8가지로 구분되는 각기 다른 색깔의 상의 유니폼을 입는다. 제트엔진 등의 엄청난 소음으로 대화로는 의사소통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서 서로의 임무를 바로 식별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노란색 유니폼은 전투기의 이동 지휘요원, 흰색은 운영 안전요원, 갈색은 정비요원, 청색은 차량운전요원, 보라색은 급유요원, 빨간색은 무기 운반 및 장착요원, 은색은 화재진압요원, 초록색은 항공기 사출기와 케이블 운영요원 등이다.

항모의 갑판에는 짧은 활주로에서 전투기 이륙에 필요한 항공기 사출기 4대와 착륙 전투기를 정지시키는 대형 케이블 3개가 설치돼 있다. 사출기는 전투기를 단 2초만에 시속 180마일의 속도로 공중에 올려주며 착륙시에는 시속 200여마일로 내려오는 전투기가 케이블에 걸려 2초만에 정지한다.

항모는 말이 전함이지 사실 하나의 작은 도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병원과 이발소, 극장, 운동시설, 우체국, 커피샵, 미니마켓 등 모든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식사는 오전 6시와 11시, 오후 6시 등 세 번의 식사시간에 걸쳐 거의 무제한으로 제공되는데 해군은 특히 장병들의 식사에 신경을 써 식단이 아주 풍부하다고 자랑한다. 특이한 것은 장병들이 숙식비용으로 하루에 8달러50센트씩을 낸다는 점이다. 기자도 물론 칼 빈슨 체류 3일 동안 숙식비용으로 모두 25달러50센트를 지불해야 했다.

항모 생활에서 큰 애로점 중 하나는 가족, 친구와의 연락을 자주 할 수 없다는 것인데 요즘은 인터넷이 설치돼 사병들의 새로운 통신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병들은 항모 도서관에 설치된 컴퓨터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는데 컴퓨터 사용은 한 번에 30분으로 제한되며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인터넷이나 전화는 인공위성이 특정 위치에 있을 때만 가능하기 때문에 하루에 3∼4시간만 사용할 수 있다.

칼 빈슨 항모에는 여성 근무자가 약 12%로 600여명이나 된다. 따라서 남녀 장병들이 같이 일하고 마주칠 기회가 많지만 교제는 철저히 금지된다. 만약 교제나 성관계 사실이 밝혀지면 군사재판을 받거나 근무지가 옮겨지는 등 불이익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