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오퍼없자 구단 ‘협박’ 화제...연봉조정절차에 ‘자신만만’
올해 MVP급 성적(3할3푼1리, 37홈런, 141타점)을 올린 시애틀 매리너스출신 FA(프리에이전트) 2루수 브렛 분이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거의 볼 수 없던 작전을 들고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분의 에이전트 애덤 캐츠는 이번 윈터미팅에서 만족스런 오퍼가 단 한 건도 안 들어오자 지난 7일 매리너스가 거의 의례적으로 내준 연봉조정 오퍼를 무기삼아 옛 팀 압박작전에 들어갔다. 매리너스가 마음에 드는 오퍼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구단의 연봉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협박(?)한 것.
분이 연봉조정을 받아들여 청문회로 갔다간 장기계약할 경우 예상 평균연봉(700만∼800만달러)보다 훨씬 많은 1,200만달러까지 내줄 각오를 해야 할 매리너스로서는 눈물을 머금고 인상된 오퍼를 제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분은 2차 오퍼마저 성에 차지 않는다고 사인을 거부, 팀의 속을 태우고 있다. 구단의 연봉조정 오퍼를 역습무기로 활용한 것.
하지만 연봉조정 수용이 아무 FA나 쓸 수 있는 무기는 아니다. 당연히 그 해 성적이 안 좋으면 구단이 겁날 것이 없으니 통할 리가 만무하다. 또 어떤 특수한 경우에는 엄청나게 좋은 성적도 약발이 먹혀들지 않는다. ESPN에 따르면 본즈의 에이전트 보라스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재계약 오퍼가 시원치 않자 역시 조정신청 수용 의사를 밝히며 자이언츠를 압박하려 했다.
올해 73홈런으로 메이저리그 싱글시즌 홈런기록을 경신한 본즈는 조정 청문회에 나가면 내년 연봉 3,000만달러가 나오지 않는다고 장담 못할 거물. 하지만 자이언츠는 이 같은 협박에 근사한 대비책을 마련해 두고 있었다. "만약 본즈가 연봉조정을 받아들이면 우리는 페이롤을 예산규모에 맞추기 위해 나머지 고액연봉선수를 전부 다 방출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년에 본즈는 루키 8명을 팀 메이트 삼아 경기해야 할 것이다." 쉽게 말해 본즈가 자기만 많이 받겠다고 고집한다면 그 때문에 동료선수들이 쫓겨나고 팀도 쑥밭이 될 것이라고 거꾸로 엄포를 늘어놓고 나선 것.
자기욕심을 채우기 위해 동료를 내쫓고 팀을 망쳤다는 비난의 위험성을 각오하라는 경고인 셈인데 현실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위협이어서 본즈로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FA마켓에서는 당초 목표(5년간 1억달러)를 달성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본즈와 보라스가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그렇다면 박찬호는 어떨까. 박찬호의 올해 성적(15승11패, 방어율 3.50)과 연봉(1,000만달러- 올스타 보너스 10만달러 포함)을 감안하면 연봉조정 청문회에 갈 경우 최고 1,200만달러는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그리고 내년 시즌후 다시 FA로 마켓에 나온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현재 마켓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선 확실한 실리를 택하는 비상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보라스는 일찌감치 지난 14일 오퍼 수용불가를 천명, 배수진을 쳤다. 어떻게 되든 올해 FA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인데 고도의 심리전을 염두에 둔 전략일 가능성도 있지만 어쨌든 정면돌파를 선언한 승부수다. 명색이 FA랭킹 1위투수인데 갈 데는 얼마든지 있다는 명분을 택한 자세는 당당하지만 현 상황에선 위험부담이 따르는 모험. 보라스가 정말 아무도 모르게 꼭꼭 숨겨놓은 영입후보팀이 따로 있는 것인지, 아니면 박찬호의 커리어를 건 도박을 하는 것인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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