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현기증 날 정도의 캐릭터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배우 설경구(35)가 이번에는 부패 형사 역을 맡아 ‘공공의 적’(시네마서비스, 강우석 감독)과 함께 복귀한다. 허리사이즈가 36인치가 되도록 ‘비육’을 하면서 몰입한 영화다. 결과는 “역시 설경구!”라는 찬사.
그런데도 그는 “다 담아내지 않았다”고 말한다. “다 담아내면 다음 번에는 보여줄 게 없다”는 이유. 앞으로의 행보가 끊임없이 궁금해지는 배우 설경구를 만나보자.
일부러 찾아 나서는 험한 길
주연배우로서 그의 여정은 99년 1월 1일 ‘박하사탕’에서 시작된다. ‘박하사탕’에서는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떠안더니, ‘단적비연수’에서는 사랑에 눈이 멀어 증오심을 키워가는 가련한 인간이었다.’공공의 적’에서는 삶에 찌든 경찰이고, ‘오아시스’에서는 뇌성마비 처녀를 강간하는 문제아다.
평범한 은행원을 연기했던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제외하고는 모두 만만치 않은 캐릭터. 말 그대로 ‘어둠의 자식들’인데 그는 예상대로 “앞으로도 계속 극단적인 역을 찾아 나설 것이다. 평범하고 무난한 역은 재미없다”고 말했다.
“사람 감정이라는 게 결코 단순하지 않다. 연기할 때는 힘들지만 그런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다.”
첫 눈에 반한 캐릭터 - 강철중
설경구는 일본 TV 드라마 ‘성덕태자’ 촬영으로 일본에 머물고 있을 때 ‘공공의 적’ 시나리오를 받았다. “매니저가 보내줘서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당장에 하겠다고 했다”는그는 “코미디 영화가 아닌데, 배우들은 너무 진지한데, 웃음이 터지는 영화다. 잔인함 뒤에 웃음이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평했다.
협박, 갈취, 금품수수 등을 아무 거리낌없이 하는 형사 강철중 역시 설경구의 눈을 사로잡았다. 배우로서 연기하는 게 재미있는 캐릭터라는 설명. 살을 찌우는 고통을 감내하고 격투신 도중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고도 촬영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연기가 그만큼 재미있었기 때문.
그는 촬영 없는 날에도 머리를 안 감고 지내는 등 지저분하고 게으른 강철중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는 강철중에 대해 “단순 무식하지만 순진하고 귀여운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NG를 헤아릴 수 없이 내다
설경구는 ‘공공의 적’에서 유독 NG를 많이 냈다. 절반은 연기를 가다듬기 위해서, 절반은 웃음을 참지 못해서였다. 그는 “거의 매 테이크마다 몇 번 씩 다시 찍었는데, 감독님과 배우가 서로 욕심을 낸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촬영 도중 동시녹음 기사의 팔뚝에는 이 자국이 세 군데나 선명하게 났다. 터지는 웃음을 참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촬영하면서 이렇게 웃어보기는 처음이었다”는 그는 “어떤 날은 웃다가 8번이나 NG를 내버렸다”며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는 ‘공공의 적’에 상당한 위력의 유머가 숨어있다는 증거. 실제로 설경구가 비오는 날 골목에서 ‘실례’를 하다 그 위에 엎어지는 장면이나 사적인 복수를 위해 범인 수사에 나서면서도 정색을하고 “개인적인 원한은 없습니다”고 말하는 장면, ‘달마야 놀자’의 ‘대봉스님’ 이문식과 한판 격전을 치르는 장면 등에선 웃지 않고 못배긴다.
설경구는 이런 NG를 통해 “연기가 한층 풍부해진것 같다”고 말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