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성재(32)가 악의 화신이됐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맡은 악역인데 아주 제대로 잡았다. “더 이상의 악역은 없을 것 같았다”는 그의 말대로 진짜 ‘나쁜 놈’이 됐다.25일 개봉하는 영화 ‘공공의 적’(시네마서비스, 강우석 감독)에서다. 능력있는 펀드매니저와 살인마의 얼굴을 함께 가진 조규환으로 분한 이성재는 관객을 섬뜩하게 만든다. 부드럽고 자상한 이미지를 고수해온 그가 돌변한 모습은 낯설고 그래서 더 두렵다. 그런데 그의 말이 흥미롭다. “더 나쁜 놈이 될 수 있었는데 감독님이 자제하라고 했다”는 것. 11일 만난 이성재는 여전히 부드럽고 ‘착했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공공의 적’을 찍었을까.
새로운 시도, 몸 다듬기
98년 ‘미술관 옆 동물원’으로 데뷔한 이성재는 그 동안 ‘주유소습격사건’ ‘자귀모’ ‘플란다스의 개’ ‘하루’ ‘신라의 달밤’ 등에 출연하며 스크린 정상에 등극했다. 그런 그에게 이번 악역은 숙제 같은 것이었다. 연기의 폭을 넓히고 싶었다.
“악역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했다. 그럴 때 조규환 역이 들어왔고, 이 이상의 악역은 없을 것 같았다”는 그가 적시에 맡은 역을 위해 맨 먼저 한 일은 몸 다듬기.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외모로 탈바꿈하기 위해 하루 서너 시간 씩 헬스 클럽에서 운동에 매진했다. 그 결과 10kg의 단단한 근육이 붙었다. ‘신라의 달밤’에서의 왜소했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 그의 단단해진 몸은 ‘공공의 적’도입부에서 적나라하게 확인된다. 조규환이 욕을 내뱉으며 샤워기 앞에서 자위하는 모습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장면이다.
내뿜는 역, 스트레스 해소
이성재는 ‘공공의 적’에 출연하면서 스트레스 해소를 하는 기분이었다.그는 “평소에는 꾹꾹 참아왔던 감정을 폭발시키는 기분이었다. 또 캐릭터가 분명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는 가장 편안한 연기였다”고 밝혔다.
일례로 식당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옷에 음식을 잔뜩 쏟은 경우를 생각해보자. 머리끝까지 화가 나지만 음식을 쏟은 사람을 어쩌지 못한다. 고작해야 세탁비나 받을까. 하지만 ‘공공의 적’의 조규환은 그 사람을 죽인다.
“살아가면서 나쁜 마음을 먹은 적이 왜 없겠나. 시기심, 질투심, 분노 등은 누구에게나 있다. 단지 억누르며 살아갈 뿐. 이번 영화에서는 그런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그런의미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가족에게 죄송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이성재는 “부모님을 시사회에 모시고 갔는데 차마 얼굴을 뵐 수 없어 영화 끝나기 전 슬쩍 자리를 떴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인간애가 느껴지는 배우
그에게 ‘공공의 적’은 ‘기차를 타고 가다 도중에 내려 하루 정도 묵고 간 느낌’의 작품이다. 그리고 그 기차의 종착역은 ‘인간애’다.
이성재는 “로빈 윌리엄스나 톰 행크스 같은 배우가 부럽다. 어떤 연기를 해도 인간애가 물씬 풍기는 그들의 모습이 좋다”면서“갈 길이 한참 멀다. 도중에도 몇 차례 일탈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들같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작품 ‘빙우’(가제)에서 산 사나이로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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