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임 칼럼]
▶ 민병임 <본보 편집위원>
우리들은 한국 뉴스를 보고 곧잘 흥분한다.
정치면을 보고는, 김 아무개는 이렇고 이 아무개는 저렇고 마치 동네 사람 이름 부르듯, 아주 가까운 사이인 듯 평가하고 "서로 싸우기만 하니 나라가 진흙탕에 박혔네" 하며 한탄한다.
사회면을 보고는 "사기와 거짓이 판치고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군" 하며 혀를 차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뼈 묻을 미국 땅, 올해 뉴욕 시장이 마이크 블룸버그로 바뀌었지만 그에 대해서는 한인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한인사회와는 어떤 관계를 맺게 될 지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는 사람이 없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한인 커뮤니티에 대해서도 얼굴이 널리 알려진 극히 소수만 의견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한쪽으로 치우치기도 하고 합의점을 찾기 힘든 점도 있다.
이는 한인사회의 갈 길을 바로 잡아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일부 사람들이 독야청청(?·獨也靑靑)을 부르짖고 깊이 숨어버려 나타나지 않는 이유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올바른 반석 위에 올라앉지 못한 한인사회를 대상으로 한 탕 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빈번하게 들리고 있다.
불법체류자의 아킬레스건인 신분을 빌미로 사기 치는 자, 자신의 주머니를 가득 채우고는 파산 선고 하는 자, 실컷 일을 시키고는 트집 잡아 인건비를 안주는 자 등등 한인사회를 만만하게 보는 사람들이 이민 연수가 느는 만큼 늘고 있다.
더욱 고약한 것은 일부 업소에서 청소년들의 유해 환경을 조성하여 탈선을 유도하고 유효기간 지난 것 등 먹지 말아야 할 식품을 버젓이 판매하는 경우이다.
그 외 더 나온 식사대, 지불액과 다른 영수증, 한인밀집 지역을 노리는 한인 강·절도사건 등등. 이러한 일들을 대할 때마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왜 사냐"고? 뭐라 대답할 까.
근본도 위계질서도 없는 사회에서 기회가 있을 때 돈을 벌겠다는데 무엇이 잘못이냐고?
하지만 조용히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 절대로 손해 볼 수 없고 악착같이 하나라도 더 가져야 한다는 그 마음은 이기심이고 욕심이 아닌가. 아무리 자식을 위해서라는 미명아래서도 타인의 희생을 대가로 이루어진 것은 모래성 위에 지어진 집과 같다.
한인사회에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자,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올바른 길을 걷는 자, 내가 더 갖는 것보다 덜 갖는 것이 마음 편한 자들이 많이 있지만 아직 더 필요하다. 이러한 이들이 더욱 많아지면 아무리 혼탁한 사회라도 맑은 물이 고이기 시작하여 마침내 정화될 것이다.
사실 올해 있을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되든 미주 한인들에게는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 뉴욕을 방문한 정치인들이 후원회를 통해 재외동포법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일은 여러 번 있었지만 과연 동포들을 위한 정책이 얼마나 달라졌고 개정 작업이 얼마나 진전되었는지를 살펴보자. 말만 무성하고 결과는 없다.
차라리 한국 정치에의 지대한 관심을 한인 사회 단체 장 선거로 돌리자.
회장, 부회장, 총무를 잘 뽑아 한인 비즈니스의 전망을 밝게 하고 시 정부와 연방정부를 대상으로 세금이나 각종 티켓 발부, 정부 기금을 받는 일에 우리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하자. 소수민족의 권익옹호를 위해서 작년처럼 한인 시의원 후보 후원 같은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일도 바람직하다.
이민 1세가 할 일은 재물이나 학벌, 전문직을 2세, 3세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다. 그 동안 주류사회에 한인사회가 부정직하고 불투명하게 비친 점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바로 잡아 주어야 한다.
눈앞의 이익에 어두워 멀리 바라보지 못한 근시안적인 안목을 접고 후손들에게 투명하고 정직한 한인사회의 이미지를 남겨주는 일이다.
그래야 미국 사회 속에 더욱 성숙하고 제대로 된 소수 민족 커뮤니티로 자리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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