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여러 면에서 둘로 갈라진 사회다. 남북간의 분단도 부족한지 남한 안에서도 동서로 갈라져 갈등을 보인다. 지도층 인사들 마저 어제 감옥에 간 그룹과 내일 감옥에 갈 그룹으로 갈라진 듯하다. 시차만 있을 뿐 결국 모두 감방동지가 될 팔자처럼 보인다.
대통령부터 면장에 이르기까지 공직자들이 감방에서 커리어의 말미를 장식한다면 이는 개인적으로는 치욕이고 사회적으로는 큰 비극이다. 집안 배경도, 맡은 직무도 다르지만 이들은 두 가지 같은 점이 있다. 말을 번듯하게 잘한다는 점과 물불을 가리지 않는 축재의 귀재라는 점이다. 공무원 봉급(한국이나 미국이나 낮기로 유명)으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인 이들의 재산은 자자손손 가만히 앉아서 까먹어도 다 못 쓸 만큼 천문학적 숫자이며 돈벌이가 직업인 사업가들이 평생 벌어 모은 재산이 우습게 보이도록 만든다. 한국에서는 사회복지 증진을 도모하겠다는 숭고한 뜻을 가진 사람들이 관직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치부를 목표로 입문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마약 사범들은 중형으로 다스린다. 마약의 범람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이다. 마약과 뇌물은 방치하면 사회의 기본이 흔들리는 점에서 비슷하고 중독되면 끝장이라는 점에서 똑 같다. 마약 사범 처벌에 사형도 불사하는 판에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더 큰 지도층의 악성부패는 이미 오래 전부터 중죄로 다스려야 했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는 실제로 늦지 않았다. 자본주의의 진수를 실천할 국민적 컨센서스와 의지가 있다면 부패척결을 위한 법적 하부구조부터 세우고 엄밀하게 집행해야 한다. 오로지 민복을 도모하기 위해 관청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확산되지 않고는 건전한 경제구조를 뿌리 내리게 할 꿈도 꾸지도 말아야할 것이다.
부패한 사회가 망할 수밖에 없는 구체적 이유는 무엇인가? 자본주의 사회의 두 근간은 공정과 경쟁이다. 공정성을 상실한 경쟁은 가격구조를 마비시켜 시장을 교란한다. 한 기업이 특혜를 받으면 다른 기업들이 수수방관하지 않고 줄 서기에 혈안이 된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경영수완은 특혜 끌어들이는 능력으로만 재어진다.
권력과 결탁한 재벌회사들이 고속성장으로 질주하며 무적함대처럼 막강해 보이지만 그 힘의 바탕이 시장경쟁이 아닌 정권의 비호에서 비롯된 이상 외화내빈일 뿐이다. 이런 회사들이 허무하게 소멸하는 것을 숱하게 보아 왔다.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도 기실‘부패 자본주의(crony capitalism)가 근본 원인이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부패가 경제에 미치는 폐해의 악순환을 간단히 요약해 보자. 손쉽게 번 돈은 손쉽게 나가기 마련이다. 돈 냄새 때문에 잠을 못 잘 만큼 현찰을 천장까지 쌓아놓고 뿌렸다면 화폐가치는 이미 상실된 것이다. 돈 가치 하락은 부동산 가격인상과 퇴폐산업 육성을 크게 부추긴다. 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일어서지만 임금의 가치 하락을 막을 길이 없다. 흔해 빠진 돈은 인플레이션을 불러들인다. 가격인상은 기업 이윤 하락으로 이어지며 기업의 부채를 증가시킨다. 부채 증가는 이자부담을 늘리고 이윤하락의 골은 더 깊어진다. 경기 침체가 뒤따르게 되고 결국 구매력 감소를 피할 수 없게돼 경제는 이내 불황으로 빠진다.
부패가 불황의 주범이며 마약보다 훨씬 무서운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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