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둥지옮긴 박찬호 ‘김치에 밥’ 생각에 고생 막심
"베로비치가 그리워∼."
텍사스 레인저스의 스프링캠프가 있는 플로리다주 포트샬럿은 우리말로 표현하면 ‘깡촌’이다. LA 다저스의 스프링캠프가 있는 베로비치는 포트샬롯에 비교하면 완전 대도시란 느낌이 들 정도라고 한다. 이 때문에 올해 처음으로 포트샬롯에서 스프링 트레이닝이 들어간 박찬호(27)는 물론 박찬호 취재차 파견된 본국 스포츠지 특파원들이 모두 팔자에 없는 생고생을 하고 있다. 그동안 익숙했던 곳을 떠나 생판 낯선 곳에서 생활을 하게 된데다 포트샬럿 인근지역에 한국식당은 커녕 한인이 전혀 살고 있지 않아 특히 밥을 먹어야 하는 한국사람으로서 식사 문제가 속된 말로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식사. 박찬호는 지난 수년간 베로비치에서 스프링캠프를 할 때마다 인근 지역에 위치한 한 한인 집에서 기거해 식사문제를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근처에 한인은커녕 아는 사람도 없어 집에서 직접 밥을 해먹고 있다는 소식이다. 박찬호는 팀 소개로 캠프 인근의 3베드룸 타운하우스를 45일간 7,000달러를 주고 렌트했는데 캠프에 온지 첫 4일간은 함께 온 매형이 식사를 해줬으나 매형이 돌아가 혼자 남은 뒤에는 꼼짝없이 직접 밥을 해먹어야 할 처지가 됐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식사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어 얼마 전에는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얼마간 고기를 못 먹었더니 갈비나 불고기 생각이 난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누구보다도 잘 먹어야 할 운동선수 그것도 1년에 1,000만달러이상을 벌어들이는 수퍼스타가 먹고싶은 고기도 제대로 못 먹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수퍼스타 박찬호가 이 정도니 그를 취재하는 특파원들의 처지는 두말할 것도 없다. 일간스포츠 장윤호 특파원에 따르면 이들은 거의 매일 한끼는 1박스씩 짊어지고 간 라면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 매일 양식을 먹을 수가 없는데다 워낙 소도시라 근처에 그 흔한 일식집이나 중식집도 없어 더욱 괴롭다. 제대로 된 숙박시설도 많지 않은데다 캠프기간중 방이 없어 허름한 모텔에 묵고 있는데 그나마 대목이라고 하루 50달러도 안될 것 같은 방 요금이 85∼100달러수준으로 솟구쳐 올랐다. 캠프가 시작된 지 겨우 1주일이 지났는데 벌써 모두 기진맥진해 앞으로 남은 5주를 어떻게 더 버틸 수 있을지 아득하다고 한다.
베로비치와의 격차는 캠프시설에서도 뚜렷하다. 베로비치 다저타운은 선수숙박시설과 훈련시설은 물론 선수들의 영어회화 공부를 위한 컨퍼런스룸과 휴게실, 영화관까지 완벽하게 갖춰진 거의 하나의 작은 도시였으나 이곳 포트샬럿에는 달랑 락커룸과 웨이트룸 하나씩을 빼곤 운동장밖에 없어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울 정도다. 수준차가 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비교도 안된다. 이 때문인지 팀 분위기도 다저스와는 전혀 다르다. 박찬호는 그 경험을 이렇게 설명했다. "훈련시작 시간이 10시면 나는 꼭 10시에 맞춰 나간다. 다저스 시절에는 그때 나가면 꼭 늦는 선수들이 있었는데 여기는 선수들이 모두 9시50분이면 구장에 나가 기다리고 있어 항상 내가 꼴찌다. 선수들이 빨리 모이는 것이 경쟁이 치열해서가 아니라 다른 할 일이 없어서인 것 같고 대 도시팀인 다저스와는 뭔가 다른 분위기임은 분명하다."
지금 박찬호나 특파원들은 오는 22일 밤 예정된 갈비파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약 60마일 떨어진 브래덴턴에 있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캠프에서 전지훈련중인 본국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 팀이 캠프에서 갈비파티를 벌인다고 초대를 해왔기 때문. 장특파원은 그동안 별다른 오락시설이 없다고 베로비치를 제로 비치(Zero-Beach)로 불렀었는데 지금 포트샬럿에 비교하면 베로비치는 완전히 ‘천국’이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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