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10살 짜리 아이가 반스 앤 노블에 가서 고른 것은 이집트의 미이라였다.
종이관을 여니 아이보리색 플라스틱 인형이 벌거벗고 누워있고 몸의 아래 위 부위를 열어보니 심장과 창자 등이 각기 따로 만들어져 놓여있다.
’이 흉측한 것을 꼭 사야하나’ 싶어 "이게 제일 갖고싶어?" 하니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니 안 사줄 도리가 없다. 집에 와서 개봉하고 보니 일부 부품이 빠졌다고 한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없다니 다음날 바꾸러 갈 수밖에 없었다. 계산대에서 새것을 가져도 마찬가지.
그러다가 우연히 관 옆구리의 눈금 부분을 어렵게 손가락으로 빼보니 아하, 그곳에 종이로 된 설명서 및 다른 부품들이 모여있다. 완전히 이집트의 피라미드 미로를 발견한 것 같았다.
이처럼, 메트 뮤지엄에 가면 가장 흥미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이집트관 이다.
옛사람들의 생활용품도 재미있지만 미이라가 눈길을 끄는 것은 생시에는 우리와 똑같이 말하고 걸어다니고 생각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전시품 중에는 관 위에 그려진 초상화들도 있는데 이는 사망 후 빠져나간 영혼이 다시 육신을 찾아올 때 생시 모습을 보고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20-30대의 초상화는 까만 머리, 부리부리한 눈, 붉은 입술이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하여 수천 여 년의 시공을 뛰어넘는다.
그런데 이 미이라도 신분과 가진 재산에 비례하여 세 단계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재미있다.미이라 전문가들은 사망자 가족과 가장 정교하게 세공 한 것, 그보다 세공이 조잡하고 가격도 싼 것, 가장 가격이 싼 것 식으로 흥정했다.
가장 값비싼 미이라 제조법은 먼저 쇠갈고리로 콧구멍을 통해 뇌수를 꺼집어내고 메스만으로 적출 할 수 없는 것은 약품을 주입하여 씻어냈다. 그 다음 이디오피아 돌로 옆구리를 절개하고 오장육부를 모두 꺼낸 후 야자유로 깨끗이 씻고 향유로 다시 씻었다. 이어서 몰약, 계피, 향료로 복강을 가득 채우고 봉합했다.
그런 다음 천연소다에 담궈 70일간 두었다가 유체를 씻고 품질 좋은 아마포를 잘라 만든 붕대로 전신을 감싼 다음 그 위에 다시 고무를 발랐다. 그리고 가족에게 인계하면 사람 형태의 목관에 미이라를 넣고 봉한 후 묘실내의 벽 쪽에 똑바로 세워 안치했다.
중급은 복부 절개도 하지 않고 오장육부도 꺼내지 않고 항문으로 기름을 주입하여 장이나 기타 내장을 용해한 다음 체외로 배출시켰으며 피부와 뼈만 남은 것을 가족에게 인도했고 가장 가난한 자들은 내장 속을 세척한 다음 70일간 천연소다에 담가두었다가 그대로 가족에게 인도되었다.
오늘날 메트 뮤지엄 유리관에 보관된 아마포로 싸인 미이라는 가장 재력 있는 사람의 유체인 셈이다. 아무리 영혼이 떠났다고는 하나 오장육부를 다 내놓은 채 편히 쉬지도 못하고 전세계 관광객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있는 것을 보면 차라리 돈이 없어 하급 미이라나 아니면 바로 매장되어 재빨리 흙으로 돌아간 것이 낫다.
살아 생전 빈부 격차도 서럽거늘 죽어서까지 빈부 격차를 겪는 것은 더욱 서럽지만 미이라의 경우는 예외이다.
한인 이민의 역사가 오래 되면서 1세대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미국에 사는 연도가 길어지면서 주위 친구나 이웃의 장례식에 참가하는 일도 많아지고 있는데 아직 한인들은 납골당이나 화장에 익숙하지 않아서 매장을 선호한다.
미국인들도 기독교의 영향으로 매장을 주로 하며 봉분이나 비석은 세우지 않고 주로 평장으로 공동묘지 혹은 교회나 성당 묘지에 묻힌다. 최근 미국도 50개 주에 흩어져 있는 53만 5천여 곳의 공·사립 묘지들이 앞으로 20년 안에 꽉 차 화장을 권장하는 추세이다.
도심 한가운데 조화로 둘러싸인 벽면형 납골당을 보면 갇혀있어 답답하겠다는 생각도 들고 장례식에서 방부처리 된 유체를 보면 그 차가운 느낌에, 차라리 화장하여 산이나 바다에 뿌려져 완전히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떤 가 싶다.
삶과 죽음이 늘 함께 있음에, 이 차제에 우리의 장묘 문화 개선 운동도 필요한 것 같다.
<민병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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