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6피트10인치의 괴물투수 랜디 존슨은 사람들에게 파워보다는 장신으로 더 유명하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야구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좌완투수 존슨이 철벽마운드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은 이 두 가지 요소의 이상적인 배합 때문이다.

"사람들은 랜디 존슨이 키만 껑충하게 큰 마른 체격의 선수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틀린 생각이다. 존슨은 장신에 못지 않게 힘도 대단하다. 존슨은 이같은 괴력을 마운드에서 매년 입증하고 있다"
다이아몬드백스의 밥 브렌리 감독은 강조한다.

존슨은 올해 나이 38세의 노장이지만 부단한 역도와 팔운동으로 상체근육을 키우는 한편 자전거 타기로 꾸준히 하체를 보강, 메이저리그 좌완투수 가운데 가장 막강한 파워 피칭을 계속하고 있다.
존슨은 지난 시즌 무려 249와 2/3이닝을 던졌다. 그는 생애통산 아홉 번째로 한 시즌 200이닝 이상을 던졌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은 고등학교나 대학시절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을 생각할 때 나는 축복 받았다고 느낀다. 물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행운과 집념, 노력이 현재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14년간 선수생활을 하면서 존슨은 시속 98마일의 위력적인 강속구로 탈삼진 3,412개를 기록, 리그통산 9위를 마크하고 있다. 현역선수 가운데는 로저 클레멘스(3,717개)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존슨은 작년 21승 6패, 방어율 2.49(메이저리그 1위), 생애통산 최고인 372개의 탈삼진 기록으로 3년 연속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선수생활을 하던 1995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받은 것을 포함하면 투수 최고영예의 이 상을 네 번이나 수상한 것이다.

존슨이 작년에 기록한 탈삼진 숫자는 1973년 놀런 라이언의 383개, 1965년 샌디 쿠팩스의 382개에 이어 메이저리그 사상 세 번째로 많은 것이다.
"개인기록을 세워 기쁘기는 하지만 이게 모든 것은 아니다. 위대한 탈삼진 투수의 대열에 합류한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나는 승리를 원한다. 다행한 일은 내가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탁월한 선수들이 주위에 있다는 것이다"

존슨은 지난 해 팀 동료 커트 실링과 월드시리즈 MVP(최우수 선수)로 공동 선정되면서 선수생애 최정상에 올랐다.
두 투수는 전력이 한 수위인 뉴욕 양키스에 맞서 일곱 경기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다이아몬드백스를 감격의 월드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존슨은 우승이 두 사람만 잘해서 성취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말한다.
"루이스 곤잘레스, 미겔 보티스타, 브라이언 앤더슨 등 팀내 모든 선수들의 활약으로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라 무엇보다 기쁘다"

존슨은 월드시리즈 챔피언의 탄생과 관련, 이렇게 말한다.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동료선수들과 구단 관계자 등 모든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
올 메이저리그 시즌개막을 앞두고 존슨은 성취감을 갖고 훈련 캠프에 합류했지만 작년 월드시리즈 우승에 자만하지는 않는다. 그는 우승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에 임하고 있다.

"노력한 결실이 지금 맺어지고 있다. 가끔 현실을 직시하고 내가 과연 얼마나 이것을 원하는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내가 원하는 목표로 나아갈 수 있다. 그 목표는 바로 월드시리즈 우승이고 그 우승을 위해 내가 돕는 것이다. 우승에 재도전하는 것은 힘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재미있는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