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칼럼) 세상사는 이야기
▶ 고경호 <화가>
내달이면 벌써 결혼 11년째가 되는 나는 세 딸아이들의 엄마다.
사람들이 내게 딸이 셋이나 있는 것을 알게되면 보이는 반응은 거의 비슷하다.
"네~ 요즘엔 딸이 더 좋아요" 그리고는 곧 "하나만 더 낳아보세요. 아들일텐데"라는 말을 덧붙이며 넷째 생산을 부추긴다. 딸이 더 좋다면서 왜 아들이 될지 딸이 될지 모르는 하나를 더 낳아보라는 건지, 딸만 있는 엄마의 ‘아들 없음’을 여실히 느끼게 하는 순간이다.
살면서 만나게 되는 많은 매력적인 사람들이 그들의 성별보다는 성품과 개성, 그리고 능력에 따라 삶의 형태를 결정하는 것을 본다. 그래서 딸아이들을 키우며 성별을 느끼게 할 언사를 조심하고 구별 없는 교육을 하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막상 큰 딸아이의 눈썹이 짙어지기 시작하고 손발이 길쭉길쭉하게 자라게되니 속으로 걱정이 생긴다. 이 아이가 자라서 맞 부닥칠 세상의 삶을 위하여 나는 어떻게 준비시켜야 할 것인지.
나는 우리 딸들, 또 이 세상의 많은 아름다운 딸들이 사회에서 자기 몫을 감당하는 당당한 사람으로 건강히 자라 행복한 가정을 꾸미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가정과 일이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대면하게 되는, 단순한 것 같으나 실제로는 지치게 되는 살림살이, 육아문제, 또 아내의 내조를 받는 뭍 남성들과의 달리기에서 느끼게 되는 체력과 시간의 한계를 어떻게 감당해 나가라고 가르쳐주어야 할까?
나의 경우, 나를 닮아 야행성인 아이들이 내가 한참 일하고 싶은 한 밤에 방글방글 웃으며 놀자고 매달리는 통에 불꺼진 작업실이 나를 부르는 소리에 답하지 못하게 되는 날이 많다. 또한 지나가는 시간 속의 많은 흥미로운 일들이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할 저녁시간대에 이루어지는 관계로 참여하지 못하게 될 때 결코 만만치 않은 낭패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주변의 어른들은 끙끙거리며 사는 나의 모습을 보시면 한결같이 빙그레 웃으시며 "힘들지? 그래도 그때가 가장 좋은 때다. 지나고 보면 그리운 때지" 하신다. 아닌게 아니라 돌아보면 어느덧 훌쩍 커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날도 많지 않음을 느낀다.
나는 우리 딸들이 살아가며 만나게될 당연한 어려움을 잘 이겨나가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려운 순간들마다 숨어있는 보물을 발견하듯 그 속에서 자라나는 성숙함과 그 일을 통한 생의 섭리를 발견하는 지혜가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 힘만으로는 그 모든 교육에 자신이 없으니 나의 밤기도는 길어진다.
딸들을 씻겨 옆에 누이고 앉아서 주절주절 기도하며 아이들의 미래를 떠올리다가 제법 탱탱해진 큰 아이의 허벅지에 손이 가자 문득 미래의 사윗감에게 생각이 간다.
"...그리고, 어디 있을지 모를 우리 사윗감들도 훌륭히 키워주시고 그 가정마다 평화를 주세요..." 아홉 살짜리 큰아이가 어느새 ‘시댁’을 챙기는지 "도와주세요. 하나님"하고 거든다.
아! 정말이지 이 아이들이 옆에만 있어도 기운이 나는 천생연분의 배우자를 만나 자신들의 삶을 더욱 긍정적이고 신나게 창조해 나가며, 여성이라는 것이 한계가 아닌 축복이라고 느끼며 살 수 있기를, 나는 오늘도 간절히 기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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