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11일 오전 8시30분께 뉴욕 시내 한 소방서에는 리스페나드와 처치 스트릿 코너 길거리에서 개스가 새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관들은 즉각 현장에 출동해 개스 유무를 탐지하기 시작했고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동행한 줄르와 제디온 너뎃 형제의 카메라에 담겨지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자신들 머리 위로 비행기 굉음이 들리면서 소방관들의 눈과 너뎃 형제의 카메라는 자연스럽게 하늘로 향했고 불과 수초 후 여객기는 미국의 상징 월드트레이드센터 1관 중심을 들이받아 거대한 화염을 일으키며 폭발했다. 미 본토가 테러공격을 당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인 9·11테러의 시작이었다.
테러발생 6개월을 맞아 너뎃 형제가 찍은 생생한 장면들을 편집해 10일 CBS 방송이 미 전국에 방송한 특집물은 미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그 때의 악몽을 일깨웠고 이중에는 18명의 한인 월드트레이드센터 희생자 가족들도 포함돼 있었다.
테러 발생 6개월 특집 취재를 위해 접했던 희생자 가족들에게 반년이란 시간은 무의미했고 그들의 시계는 2001년 9월11일로 멈춰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부모를 모시고 살던 한 젊은 미망인이 남편 없는 집을 떠나 친정으로 돌아가 노부부만 남게 된 가정, 딸의 부양을 받다가 홀로된 어머니, 자식 잃은 충격에 제대로 가게문을 열지 못하는 부모 등 안타까운 사연들은 6개월이 지난 지금 현재진행형이었다.
프레드 엘저 투자회사에서 근무하다 변을 당한 앤디 김(27)씨의 부친 김평겸 목사는 테러가 발생한 직후부터 모든 신문기사 내용과 주변에서 보내온 격려편지 등 수천장을 집안 한 구석에 쌓아놓고 있다고 했다. 모든 일이 수습되면 아들을 추모하는 책을 만들기 위해서란다.
김 목사는 "희생자 가족들은 지금 현실을 받아들인 게 아니라 상황에 익숙해져 있을 뿐"이라며 "충격과 아픔에서 벗어나는데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순간 먼지 속으로 사라진 미국의 자존심, 인명을 구하기 위해 현장에 출동했다가 건물이 붕괴되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뚫고 필사의 탈출을 벌이는 소방관들, 수분 후 자신이 엄청난 건물더미에 깔려 시신조차 찾을 수 없게 된다는 사실도 모르고 계단을 통해 올라가는 구조대원들, 피투성이가 된 시민들의 모습 등 6개월 전의 참혹한 순간들을 TV를 통해 지켜보며 치를 떨었을 한인 희생자 가족들의 심정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가족들이 하루빨리 길고 긴 고통의 터널에서 빠져 나오기만을 기도하는 것조차 주제넘은 짓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