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가 저물어가던 무렵, 애리조나주 피닉스는 스포츠의 엘도라도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프로 스포츠의 천국으로 떠올랐다.
매주 평균 2,000여명의 유입 인구, 산기슭으로 차고 올라가는 신설 주택들, 인생을 즐기고자 몰려드는 은퇴자와 겨울 관광객들은 스포츠 팀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다.
피닉스에 처음 정착한 빅리그 팀은 NBA의 선스였는데, 선스의 성공은 그 후 하나의 좋은 선례가 되었다.
선스는 1968년 창단 이후 해마다 양호한 성적을 거듭하면서 팬들을 끌어들였다. 특히, 선스는 1993년 신설된 아메리카 웨스트 아레나 구장에서 NBA 결승전에 진출하면서 기록적인 흥행수입을 올렸다. 그로부터 5년간 선스의 티켓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웠다.
선스의 성공에 맨 먼저 응답한 팀은 1988년 세인트루이스로부터 이적해 온 NFL 프로풋볼의 카디널스였다. 1996년에는 NHL의 위니펙 제츠가 피닉스로 이적하면서 팀 명칭을 피닉스 주민들이 선호하는 코요테스로 개명했다. 1998년 3월31일에는 메이저리그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최첨단 천장 개폐식 시설을 갖춘 뱅크원 볼팍 구장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이로써 피닉스는 프로 스포츠 빅리그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기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피닉스로 이적해 온 팀들은 모두가 한동안 흥행수입 면에서 허니문을 즐겼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피닉스 기반의 팀들은 흥행 성공이 따 놓은 당상이 아니라는 현실에 눈뜨기 시작했다.
NFL의 카디널스는 지난 시즌 리그 소속 31개 팀 가운데 관중동원 능력 31위를 기록했다. 전년도 대비 4승이나 더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두 번째 꼴지 팀과도 한참 거리가 있는 참담한 실적이었다. 카디널스의 지난 시즌 평균관중 3만8,414명은 전년도에 비해 15%나 줄어든 수치며, 이로써 카디널스는 수년 연속 꼴찌를 굳건히 고수했다.
NHL의 코요테스 역시 시즌 후반기까지 관중동원에서 전체 30개팀 중 29위를 달리고 있다. 또 한때 구하기조차 힘들었던 NBA의 피닉스 선스 티켓도 요즘에는 쉽게 구할 수 있다. 특히 코요테스나 선스의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망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저조한 관중동원 실적은 그 심각성을 더한다.
여러 팀들 가운데 가장 심각한 딜레마를 겪고 있는 팀은 메이저리그 야구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다.
다이아몬드백스는 1999년 디비전 타이틀을 차지한데 이어, 지난 시즌에는 전통 강호 뉴욕 양키스와 격돌, 창단 4년만에 월드시리즈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메이저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러나 다아아몬드백스는 창단 첫해 대대적인 선전 공세에 힘입어 360여만명의 관중을 동원했을 뿐, 월드챔피언이 된 지난해에는 273만여명을 끌어 모으는데 그쳤다.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팀중 14위의 기록이다. 이로써 값비싼 엘리트 선수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다이아몬드백스는 지난 해, 월드챔피언이 되고도 4,4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는 기막히는 아이러니를 경험했다.
피닉스를 연고지로 갖고 있는 팀들의 저조한 관중동원 실적의 배경으로는 다음의 몇 가지 이유가 지적된다.
첫째, 피닉스와 그 인근에 돈 많은 은퇴자와 관광객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피닉스의 전체적 소득기반은 열악하다. 예를 들어 피닉스의 일인당 소득은 여전히 미국 내 하위권이며, 최근 미국의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둘째, 피닉스 인근에 돈 많은 은퇴자들이 많다고 하지만, 65세 이상의 은퇴자 인구비율은 여전히 미국의 전체 평균비율을 밑돌고 있다. 이와 함께 피닉스에서는 다른 대도시들에서 통상 스포츠리그 티켓판매 및 고급 사무실 수요를 부추기는 기업들의 홈 오피스 기반이 상당히 빈약하다.
셋째, 피닉스로 전입한 외지인들은 대부분 원래 연고지에서 응원했던 팀들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닉스의 상설거주 인구는 1970년의 100만명에서 2000년에는 325만명으로 급속히 불어났다. 그러나 급증한 전입인구 가운데 피닉스 연고팀들의 팬으로 전향하는 숫자는 매우 제한적이다.
넷째, 연중 좋은 날씨도 악재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상당수 피닉스 거주자들은 생활하기에 최적의 날씨가 계속되는 가을부터 봄철까지 스포츠 경기 관람보다는 다른 야외활동을 즐긴다. 그리고 화씨 100도를 넘는 혹서가 계속되는 5월부터 9월까지 돈 많은 사람들은 보다 서늘한 미국 내 다른 지역으로 피서여행을 떠난다.
마지막으로, 날씨가 좋다보니 빅리그 스포츠 외에도 주민들의 관심을 빼앗아 가는 다른 스포츠들이 너무나 많다. 피닉스에서는 여자 프로농구 WNBA를 비롯, 애리조나 풋볼리그, 상대적으로 좋은 시설에서 개최되는 메이저리그의 스프링 트레이닝, 대학 풋볼게임도 성행하고 있으며, 경마와 개경주, 카레이싱 경기도 정기적으로 개최된다. 게다가, 해마다 유명한 PGA 대회나 ATP 테니스 대회도 피닉스로 몰려든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스포츠팬들을 빅리그 경기에만 붙잡아 놓기가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닉스의 빅리그 팀들이 팬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꾸준히 더 나은 성적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카디널스가 속히 부진에서 벗어나 새로운 면모를 보여야 있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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