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과 생각
▶ 여주영 <본보 뉴욕지사 논설위원>
다가오는 부활주일을 앞두고 교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지 사흘만에 다시 살아난 예수 그리스도를 기념하기 위해 각 교회는 일주간의 수난주간을 갖는 등 부활절을 맞기에 분주하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예수가 겪은 고난과 아픔, 승천의 기쁨을 본받아 거듭나기 위함이요, 새 사람이 되고자 함인 것이다.
부활은 죽음을 이긴 예수의 이적의 역사로 성서에 기록돼 있으며 기독교신앙을 가진 전 세계 수억의 신자들이 추종하는 믿음의 핵심이 되어 있다. 예수의 부활은 예언서에 적힌 대로 그저 어느 날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죽음의 순간까지도 하나님께 순종하는 예수의 신에 대한 믿음의 확인 이후 찾아온 귀하고 귀한 새로운 생명의 역사였다. 이는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종교를 믿지 않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값진 교훈이 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이처럼 고귀한 부활의 열매를 너무나 안이하고 값싸게 향유하고자 하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 예수에 대한 사랑과 교회에 대한 봉사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면서 정작 예수의 가르침에 따른 이웃사랑,
그리고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의 뒤를 따르는 희생의 실천은 혹여 뒷전으로 하고 있지는 않은지. 또 교회 내에서는 누구보다도 모범적인 신앙인이 교회 문만 나가면 누구보다도 앞장서 남을 괴롭히고 가정이나 사회에서도 못된 행위는 일반인들보다도 더 많이 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면 오늘날 한국이나 한인사회에 산적한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는 않은지. 입으로는 ‘개혁’ ‘개혁’ 하면서도 정작 실천에는 입을 다물어 버리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이는 곧 한국이나 뉴욕의 한인사회에 십자가를 지는 의인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본격적인 이민역사가 3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한인사회 위치는 부끄럽게도 걸음마 수준밖에 되지 않고 있다. 단체가 400개 이상이 된다고 떠들지만 결집력은 어느 소수민족보다도 약하고 주류사회 진출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이다.
단합에는 목소리를 일치하면서도 실질적으로 행동이나 사고는 개인주의 성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던 본국의 상황도 정치계나 재계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공무원은 국민이 낸 세금만 축내고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
정치권도 연일 부정부패 사건이 터질 만큼 얼룩져 있으며 사회 기강이나 윤리문제도 혼탁할 대로 혼탁해 보인다. 이는 모두 자기 희생 없이 개혁의 열매만을 누리려는 값싼 이기심, 즉 십자가 없는 부활을 현실 속에 누리려는 얄팍한 심리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뼈를 깎는 고통의 희생 없이 성과만 바라기는 어떤 분야 건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희망은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사회 전체의 쇄신이 힘들면 힘들수록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은 참으로 크다.
개인과 가정만큼은 한 사람의 결단과 희생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선 나부터라도 ‘새로운 나’ ‘새로운 가정’으로 탈바꿈하는 노력을 해야 하겠다. 희생과 헌신으로 나를 갱신할 때 개인은 물론, 가정도 새로워지고 그 결과는 사랑과 화합으로 뭉쳐질 것이다.
새 생명이 움트는 봄철, 부활의 의미를 새겨보는 것은 의미 깊은 일이다. 새로운 싹이 트는 것은 씨앗이 썩는 것과 새로운 생명이 껍질을 뚫고 나오는 고통의 과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부활이란 죽음에서 살아나는 몸의 변화를 의미한다. 우리 생활도 마찬가지로 삶의 패턴이나 사고가 바뀌어져야 변화가 일어난다. 어두운 생각도 과감히 떨쳐버리고 밝고 희망찬 쪽으로 바꾸어야 만이 새 희망이 움튼다. 부정적인 생각은 다 주검이고 어두움이다.
알에서 깨어나듯 우리가 변신을 시도할 때 한인사회에 새로운 역사가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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