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에세이
▶ 조윤성<부국장겸 특집1부장>
이민생활하는 한인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을 소개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북카페’라는 고정란을 맡다보니 “책 많이 읽어서 좋겠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책읽기는 분명 즐거운 행위이지만 그것이 일종의 의무가 될 때는 글쎄…. 향긋한 와인이라도 매일 직업상 여러잔씩 마셔야 하는 소믈리에들 에게는 와인마시기가 고역이 될 수도 있듯이 말이다.
각설하고. 새로 나온 책도 구경하고 구입도 할겸해 가끔 들르는 서점주인 말이 최근 독서 인구가 상당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일 겪은후 생에 대한 성찰들이 깊어진데다 정신차릴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을 쫓아 가려는 욕구들이 작용한 것이라 여겨지는데 아무튼 반가운 현상이다.
무수한 책들은 우리를 시공을 넘나드는 다양한 세계로 안내해 준다. 그리고 일상에서의 탈출을 도와준다. 게다가 이제는 책읽기가 지적 유희의 수준을 넘어서 절실한 필요로까지 다가온다. “부동산이나 건물등 통상적인 소유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는 정보화 산업의 시대에 책은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돼 가고 있다. 지식이 가장 가치있는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정도의 성공은 근면과 노력만으로 일궈낼수 있지만 정말 큰 성공은 시대의 흐름을 읽어 내는 안목과 리더십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책은 이를 위한 좋은 자양분을 공급해 준다. 그래서 요즘 경영자들은 책읽기를 게을리 않는다.
운송업으로 크게 성공한 한 한인은 새벽부터 일터에 나가야 하고 수많은 미국 트럭 운전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바쁘고 피곤한 생활속에서도 책을 늘 가까이 한다. 그래서 그의 사무실 책상과 침실 머리맡에는 항상 몇권의 책들이 놓여 있다.
그가 즐겨 읽는 책은 3종류. ‘대망’ 같은 대하소설들을 통해 그는 한 조직의 책임자로서의 덕목을 깨닫는다. 그리고 빌 게이츠의 책등을 통해 시대의 트렌드를 살핀다. 고승 선사들의 생을 다룬 책과 잠언집을 읽으면서는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 꼭 돈버는데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찾겠다는 ‘목적 독서’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균형있는 시각을 가질수 있어 사람 다루며 비즈니스를 꾸려가는데 적잖은 도움을 받는다고 털어 놓는다. 이처럼 책읽기는 거대한 금맥을 캐는 것이 아니라 사금을 채취하는 것에 비유할수 있다. 무수한 모래를 걸러가며 건져내는 작은 금가루들이 모이다 보면 금괴가 되듯 말이다.
다운타운에서 봉제공장을 하는 한 한인도 종업원들에게 책 읽히는 업주로 유명하다. 몇해전 우연히 남녀의 심리적 차이를 다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읽었다가 내용이 좋다고 생각해 60권을 구입, 한인종업원들에게 나눠주었다. 종업원들의 가정이 평안해야 자신의 비즈니스도 평안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였는데 반응이 너무 좋자 아예 매 연말마다 전 직원에 도서구입권을 선물로 주고 있다. 이 비즈니스가 번성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대기업들과 벤처등을 중심으로 직원들이 책을 읽도록 유도하는 캠페인들이 한창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을 타고 신문은 물론 TV방송까지도 갖가지 책 프로그램들을 내보내고 있다. 기업들은 직원들 훌륭한 시민 되라고 이런 캠페인을 벌이는 걸까. 그게 아니라 뒤처지지 말라는 얘기다. 뒤처진 직원들이 일하는 기업은 낙오할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이런 캠페인이 한인사회에서도 더 확산됐으면 한다. 먹고 살기 바쁜데 무슨 책이냐 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아문센은 남극 탐험길에 오르면서도 책을 한보따리 짊어지고 갔다지 않는가.
지식의 마일리지를 높여가야 할때다. 자동차 마일리지는 올라갈수록 차를 낡게 하지만 지식 마일리지는 오를수록 그 사람을 새롭게 한다. 최근 독서에 관한 책을 펴낸 작가 애너 퀸들런은 이렇게 말한다. “책은 비행기 이며 길이다. 책은 행선지이고 여정이며 집이다.” 여기에다 속물적인 결론을 한마디 더 붙여 본다면 어떨까. “그리고 책에서는 밥이 나온다.” 책에 관한 볼품없는 글로 봉급 받는 기자가 그 실증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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