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살고 있는 이산 가족을 만나기 위해 방북 길에 올랐던 미주 한인들이 추가 경비를 강요당해 물의를 빚고 있다. 올해 초 방북을 시도했다가 무산됐던 우리 민족 서로 돕기 운동 세계본부(상임대표 박희민) 이산 가족 상봉단의 강신권 단장은 처음 약속과는 달리 미국을 떠난 후 경유지인 중국에서 단원들에게 따로 돈을 더 낼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말썽이 나자 일부를 변상키로 해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순수해야 할 이산 가족 상봉이 돈 문제로 잡음을 일으켰다는 것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더 걷은 돈이 얼마인지는 쌍방 모두 밝히기를 거부해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강 단장이 변상키로 한 돈만 4,00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봐 작은 액수는 아닐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 일은 강 단장이 운동 본부 측의 승인 없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저질렀다는 게 본부 측 설명이다. 우리는 이 일이 강 단장이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일어났다고는 보지 않는다. 강 단장 말대로 북한측이 돈을 요구해 어쩔 수 그리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은 그 동안 미주 한인들 사이에서 추진되어온 북한 방문 행태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수십 년 동안 헤어져 온 이산 가족들의 재회에 대한 열망은 이해할 수 있다. 분단 50년이 넘어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고령자들로서는 특히 죽기 전에 한번 얼굴이나 보고 싶다는 소망이 간절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이산 가족들의 순수한 열망을 북한 당국이 돈버는 수단으로 악용해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북한 방문을 위한 공식 요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액의 기부금을 내지 않으면 입국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거기다 방북을 주선하는 단체들도 창구를 단일화 해 체계적인 방북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보다는 북한 당국의 비위를 거슬리지 않기 위해 눈치를 봐온 것 또한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일단 북한에 가 가족을 만나고 온 사람들 중에는 북한 당국의 압력으로 친지들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가 수시로 날아 와 ‘차라리 가지 않느니만 못했다’고 후회하는 사람까지 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북한과 교류하는 모든 단체에 대한 미 사법 당국의 눈길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순수한 목적으로 시작된 일이 북한에게 정치적으로 이용당해 한인들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게 된다면 이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미주 한인 모두를 위해 불행한 일이다. 이산 가족 상봉은 이뤄져야 하지만 지금처럼 북한 당국에 돈을 갖다 바치는 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번 일이 이산 가족 상봉이 음성적 교류 차원에서 벗어나 보다 깨끗하고 투명하게 이뤄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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