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해 놓고 한 달에 같은 음식 두 번 먹어
철저한 사전 준비 필요, 시행착오로도 배워
맞벌이 부부 가정에서 저녁 식사는 일대과제다. 특히 도와주는 일손도 없이 매일 정해진 시간에 근무하는 부부가 비슷한 시간에 퇴근할 경우,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만드느라 지치고, 안 만드는 사람도 기다리다 지쳐서 식탁에 즐거움이 사라지기 일쑤다.
토요일 아침 8시30분, 존과 캐트리나 패러보의 다섯 아들은 아침 식사를 마쳤지만 부부는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요리를 마친다. 그러나 이렇게 요리 마라톤을 하고 나면 이들은 누구나 부러워할 상을 손에 쥔다. 바로 온 가족이 한달 동안 먹을 음식이 장만된 것이다.
이들은 모든 메뉴를 두 번, 혹은 네 번 먹을 만큼 넉넉히 만든다. 보통은 한 달에 같은 음식을 두 번 먹는다. "매주 한번은 너무 잦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있더라고요" 캐트리나의 말이다.
이렇게 일찌감치 만들어 놓았어도, 먹다 남은 음식 데운 것 같지 않은 식사를 하는 비결은 바로 요리의 맨 마지막 단계 직전까지 준비해 놓는데 있다. 훨씬 적은 비용을 들여서 수퍼마킷의 냉동음식 섹션에 있는 ‘밀 킷’과 같은 상태로 만들어 놓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데는 치밀한 계획과 꾸준한 실행이 필요하다. 요리 시간이 가장 많이 드는 쇠고기 덩어리는 슬로쿠커에 넣고 그냥 양념해서 냉동하는 스테이크는 보다 시간과 손이 많이 가는 음식 사이사이에 해치운다. 타코 베이크와 라자냐가 층층이 팬 속에 자리잡는 동안 튜나 누들 캐서롤과 크리미 마카로니 앤드 치즈가 제 모양이 나기 시작한다.
공장의 일관 조립대처럼 일사불란하게 손이 척척 맞는 부부는 4시간 동안 30끼분의 음식을 만들어 낸다. 다진 쇠고기와 칠면조 고기가 익고 셀러리와 양파가 볶여지는 냄새와 김이 오르다 마침내 플래스틱 랩과 알루미늄 포일을 잘라서 냄비 둘레를 싸는 소리가 들리고 공기를 다 뺀 플래스틱 백을 닫는 소리가 들리면 일이 다 끝난 것이다.
패라보 집안의 냉동고는 서류 정리함을 닮았다. 한달치 주식이 날짜에 맞춰 꺼내 먹도록 차곡차곡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덕분에 이들은 외식을 전혀 할 필요가 없고 수퍼마켓에서 아무거나 빨리 만들 수 있는 것을 집어 나오는 일이 없으며 피자 배달부를 가족처럼 여겨본 일도 없다.
"그렇게 하면 얼마나 돈이 많이 드는데요"라고 말하는 캐트리나는 존의 아버지까지 모두 8식구가 사는 이 집의 한달 치 식비로 400달러를 쓴다. 캐트리나에게 돈을 아껴 쓰는 것은 직업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이 이렇게 하는 것은 필요에 의해서다. 아이가 다섯이나 되다보니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확실히 먹을 것이 분명한 저녁 식사라도 미리 준비해 놓기로 했다는 것. 미리 만들어 놓은 주식에 사이드 디시와 샐러드를 첨가하지만 저녁 준비할 시간에 아이들 숙제도 봐주고 과외활동도 시키지만 빨래나 청소는 뒷전에 밀려 있다. ‘수퍼맘’은 일찍이 포기하고 중요한 것을 먼저 챙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 비용도 절약하고, 시간도 절약해 좋은 한달치 끼니를 만들려면 토요일 아침의 요리에 앞서 철저한 조직적 준비가 필요하다. 그 모든 과정을 책임, 관장하는 캐트리나는 우선 신문 광고와 식품점 진열대를 샅샅이 훑어 가격을 체크, 공책에 적는다. 그래야 고기등 필요한 재료가 언제 크게 할인판매 되는지를 알 수 있다.
한편 인터넷을 뒤져 새로운 조리법을 찾아내고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들로 1개월치 메뉴를 작성한다. 그리고 요리하는 토요일에 이전 수요일에 조리법을 프린트해서 매스터 샤핑 리스트를 작성한다. 보통 생선 12파운드, 체더 치즈 2파운드, 간고기 22파운드, 닭고기 36조각, 큰 양파 10개 등등으로 그것을 가지고 목요일에 장을 본다.
금요일에는 남편과 함께 치즈를 갈고 양파와 샐러리를 썰고 통닭을 익혀서 살을 발라내는 등, 토요일에 쓸 재료들을 손질한다. 아울러 2개의 작업대에 온갖 필요한 조리도구와 양념, 냄비, 음식을 냉동하는데 필요한 플래스틱 가방 등을 준비한다.
드디어 토요일이 되면 이들은 전속력으로 일한다. 가끔 아들들을 불러서 정해진 분량만큼 덜어 넣을 수 있도록 플래스틱 봉지를 벌리고 있으라고 시키기도 한다. 맏이가 11세, 막내는 5개월인 아이들과 아버지도 빈 통을 재활용함에 넣는 일 같은 것을 돕는데 익숙하다.
그렇지만 처음엔 실수도 많았다. 자꾸 하면서 많이 배웠다. 우선 음식을 얼리면 양념 맛이 강해지므로 나중에 먹을 것들은 금방 먹을 것보다 양념을 덜하게 됐다. 또 냉동하는 음식에는 반드시 이름표를 붙여 놓아야지 잘못하면 마지막 며칠동안 내리 똑같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아울러 미리 준비해 놓지 않고 토요일 아침에 장을 보기 시작했다가는 밤 9시가 되어도 일을 마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도 다 해보고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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