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 <권정희 편집위원>
불과 40년전만 해도 한국서 미국에 오려면 배를 타야 했다. 배로 망망대해를 건너느라 한달여를 뱃멀미하며 기진맥진해서 미국 해안에 닿았던 기억을 60년대 유학생들은 가지고 있다.
‘지구촌’이나 ‘세계화’라는 표현들이 자연스러울 만큼 오늘의 세계가 1일 생활권 화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비행기 덕분이다. 비행기가 발명돼 수개월 걸려야 갈수 있던 거리를 불과 몇시간만에 오고 가게 되면서 세계는 축지법을 쓴듯 좁아졌다.
이 모두가 100년전 미국의 발명가 라이트 형제의 덕분인데, 사실 이들 형제는 동시대 사람들에게 별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라이트 형제가 시험비행을 하고 있을 때 한 신문은 이들의 ‘무모함’을 다음과 같이 점잖게 꾸짖었다.
“최근 사람이 하늘을 날게 한다는 등 쓸데없는 연구를 하는 과학자가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현명한 과학자라면 인류를 위해 좀 더 유익한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
가까운 친구들도 라이트 형제의 연구를 허황되게 여기기는 마찬가지 였다. ‘1903년 12월17일’- 인간이 최초로 하늘을 날게된 날로 비행사에 영원히 기록된 날 - 라이트 형제는 흥분 속에 친지·동료들을 초청했지만 현장에 나타난 사람은 불과 5명이었다고 한다.
사람이 하늘을 날수 있다는 것은 윌버와 오빌 라이트 형제의 아버지인 밀턴 라이트 목사가 우선 믿지를 않았다. 어떤 사람이 그에게 “50년쯤 지나면 인간이 하늘을 날 수 있게 된다더라”는 말을 하자 라이트 목사는 “여보시오, 하늘을 나는 일은 천사만 할수 있다는 걸 모르시오?”라며 핀잔을 주었다는 일화가 있다.
과학은 천사만이 할수 있는 기적을 인류에게 허용해 주었다. 우리가 세계 어느 곳이든 하루이틀이면 갈수 있다는 사실은 100년전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 분명 기적이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가 세계 어디를 가든 우리의 위치를 족집게처럼 집어내는 기적을 과학이 만들어 낼것 같다. 몸안에 박아 넣는 ID 칩이 개발되었다.
플로리다주에서 개발돼 치매환자등 8명에 시험삼아 이식됐다는 이 칩은 우선은 의료 목적이다. 쌀알만한 크기의 칩을 어깨부위에 이식한후 스캐너를 대면 고유번호가 나오고, 고유번호를 이용하면 인터넷 자료은행에 입력된 환자의 병력등 신상정보 검색이 가능하다고 한다.
“응급환자가 오면 환자의 병력을 알수 없는 것처럼 답답한 일이 없는데, 그런 기록을 환자몸에 몽땅 지니고 다닌다면 그 보다 좋을 수는 없겠다”며 의사들은 환영한다.
이 첨단기기 제작사는 곧이어 칩에 시그널 수신 기능을 추가해 환자의 위치 추적까지 가능하게 할 계획이라고 한다. 길 잃은 치매환자 때문에 가족들이 애태울 필요가 없게 된다 - 다 좋은 일인데 그러면 이제는 어디 숨고 싶어도 숨을 수도 없는 시대가 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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