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빈 바트는 자신의 이름을 ‘나빈’ 대신 ‘닉’으로 줄여서 사용한다. 왜냐하면 발음이 미국적이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일해 약간의 돈을 벌어 모텔을 하나 구입한 것이 나빈 바트의 미국생활의 개요다.
바트는 모텔 구입시의 요령에 대해 "갖고 있는 돈이 적으면 보다 작은 모텔을, 보다 작은 마을에 사야 한다"고 말한다.
48세의 바트는 지난 해 애리조나주의 작은 마을 윈슬로우에 도착했을 때 ‘인종이란 무엇인가’라는 대답하기 어려운 수수께끼에 직면했다. 그리고 이 수수께끼가 자신이 지금까지 살았던 샌디에고의 복잡한 거리보다도 윈슬로우 같은 황량하고 외딴 곳에서 더욱 풀기 힘들다는 것을 사실을 발견했다.
윈슬로우의 인구는 주교도소에 복역하고 있는 1,587명의 죄수를 포함, 9,250명이다.
유서 깊은 66번 도로(route 66)가 지나는 이곳에는 다양한 인종들이 섞여 살고 있다. 아메리칸 인디언을 포함, 백인, 흑인, 라틴계 그리고 바트 같이 새로 유입되는 주민들도 다수를 차지한다.
바트는 인도 출신이지만 자신의 인종이나 문화를 강조하지 않는다.
하지만 캔디 무어는 다르다. 백인인 무어는 인근에서 ‘모텔 10’을 운영하고 있다. 건물 앞에는 "미국인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모텔"이라는 사인판이 세워져 있다.
깡마른 체격의 바트는 겉모습만 보면 아메리칸 인디언인지, 라티노인지 아니면 이탈리아계인지 도대체 감이 잡히지 않는다. 말을 할 때의 강한 억양에서 비로소 인도 출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50개 객실 규모의 ‘윈슬로우 인’ 로비에서는 커리 냄새가 풍긴다. 창문에는 성조기가 테입으로 부착돼 있다.
"저기 저 여자가 세워놓은 광고판의 ‘미국인 소유’라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이냐. 나도 미국인이다. 20년 전 미국에 와서 2년 전 시민권을 취득했다. 그러니까 이 모텔도 미국인 소유 아닌가"
두 모텔이 66번 도로상에 나란히 이마를 맞대고 서있지만 바트는 이 질문에 대해 무어로부터 아무런 해명도 듣지 못했다. 두 사람이 서로 얘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광고판을 9.11 테러 발생 2주 후에 세웠다. 원래는 그 전에 세우려고 했는데 차일피일 미뤘었다"
무어는 말한다.
무어는 남편과 함께 객실 35개의 모텔 10을 운영만 할 뿐 소유주는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한 백인 여성이라고 말한다.
"요즘에는 미국인이 운영하는 모텔을 찾기 힘들다. ‘미국인 모델’은 보다 위생적이고 친절하다. 이 광고판을 세운 후 손님들이 크게 늘었다"
무어는 덧붙인다.
윈슬로우에 있는 16개의 모텔 가운데 12개가 인도인 소유다.
아시안 아메리칸 호텔업주 협회의 마이크 아민 회장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인도인이 소유하고 있는 호텔과 모텔은 무려 1만7,000개에 달한다.
"전국적으로 ‘미국인이 소유한’이라는 광고판이 세워져 있다. 이것은 눈에 거슬리는 잘못된 메시지다. 분명한 사실은 인도사람들이 자신과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해 성공한 것이다. 이것이 미국적인 이야기 아니냐"
아민은 반문한다.
이에 대해 무어는 이렇게 응수한다.
"중소기업을 위한 SBA 융자를 예로 들어보자. 미국에서 태어난 백인들은 제외하고 외국 태생의 모텔 소유주에게 저리융자를 해주는 SBA는 차별적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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