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축제’로 전세계 축구팬들을 설레게 하는 ‘2002 월드컵’ 개막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북가주 한인사회에는 이렇다할 만한 홍보 및 후원행사가 전무해 뜻있는 한인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오는 5월 31일 새벽 7시 30분(이하 샌프란시스코 시간) 프랑스와 세네갈 대표팀의 경기를 시작으로 6월 30일 새벽 7시 결승전까지 총 64개 경기가 한국과 일본에서 펼쳐지는데도 북가주에서는 월드컵 열기가 타오르지 않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한인은 "2년 전 월드컵 후원회가 발족됐다는 소식을 들은 후 무슨 일을 했는지 전혀 모르겠다"면서 "미국사회에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허송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월드컵 후원회에 대해 "일을 하지 않는다"는 질타가 잇따르고 있는 것에 대해 황규빈 북가주 후원회장은 "본국의 월드컵 조직위에서 정식으로 (후원회가) 할 것이 없다고 하는 상태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억울하다는 뜻을 밝혔다.
황회장은 "박세직 위원장이 교체된 이후 조직위측은 해외 후원회를 만든 것 자체에 대해 불만을 갖고있다"면서 "조직위는 후원회에서 일체 후원금을 받지 말라고 공문을 통해 지시하고 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홍보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월드컵 후원회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후원회장이 되었으면 주머니돈을 털어서라도 주류사회에 월드컵을 홍보했어야 한다"면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으려면 회장직을 진작 그만두어야 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황회장은 "월드컵 후원회는 모든 교민을 대표한 단체이지 (회장의) 개인단체가 아니다"면서 "내 경비로 하라고 하면 이는 개인의 자선사업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회장직 사임요구에 대해서도 황회장은 "조직위에서 후원회를 인정도 하지 않으니 사표를 낼 곳도 없다"면서 "후원회장으로 임명한 박세직 전 위원장에 대한 정몽준 회장의 감정싸움으로 국가적 행사를 망쳐서야 되겠는가"라고 항변했다.
황회장은 이어 "월드컵 후원회장을 맡으라고 영사관에서 요청했을 때 바빠서 못한다고 거절했었다"면서 "이름만 빌리고 일은 영사관에서 다 한다고 해서 맡았다"고 회장임명의 배경을 설명했다.
황회장은 입장권 구입을 통한 참관과 홍보계획도 조직위측이 "표가 다 팔렸다고 하고 개막식은커녕 일반 경기의 입장권 한 장 보내주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본국의 월드컵 조직위 진현용 해외협력과장은 15일 밤 본보와의 통화에서 "모금과정의 잡음을 우려, 후원금을 걷지 말라고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현지에서 (월드컵의) 붐 조성을 위해 홍보활동 위주로 해달라고 부탁했었다"고 해명했다.
박세직 위원장 사퇴 이후 해외 후원회의 인정여부에 대해 진 과장은 "후원회는 자발적인 조직으로 구성된 것"이라면서 "조직위의 산하단체가 아닌 만큼 후원회장이 사표를 조직위에 내든 말든 할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후원회측이 불만으로 꼽은 홍보물 지원부족에 대해서 진 과장은 "올림픽과는 달리 월드컵 자체가 조직위의 권한이 제약된다"면서 "FIFA와의 협약에 따라 월드컵 로고나 마스코트, 엠블렘의 사용이 엄격이 규제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황규빈 후원회장과 본국 월드컵 조직위간의 견해차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북가주 한인사회에는 "월드컵이 실종됐다"는 불만의 소리만이 가득하다. 한 축구팬은 "이유야 어떻든 절호의 홍보기회를 놓친 것은 한인사회 전체의 손해"라고 개탄했다.
한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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