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이 9·11 테러 발생 이전에 테러 가능성에 대해 보고 받은 사실이 밝혀지고, 민주당이 이를 정치 공세화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정치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
백악관은 8월 초 부시 대통령이 크로포드 목장에서 휴가를 보내는 동안 정보 당국으로부터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조직이 미국 항공기를 납치할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15일 시인했다.
아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당시 부시 대통령이 보고 받은 정보는 너무 막연했다"며 "정보 당국에 자주 입수되는 통상적 첩보수준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통적인 의미의 여객기 납치 가능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대두됐었으나 피랍 여객기를 미사일로 사용하리라고는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리처드 게파트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미주리)는 16일 미국민들이 백악관에서 어떤 정보를 갖고 어떻게 대처했는지, 그리고 이같은 사실이 왜 이제야 밝혀졌는지 알아야 한다며 청문회 소집을 강력히 요구했다.
탐 대슐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사우스다코타)도 양원정보위원회에서 9·11테러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으나 더 폭넓은 조사가 필요하다며 "딕 체니 부통령이 행정부에 대해 조사를 벌이지 말 것을 여러 차례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공화당의 리처드 셸비 상원의원(앨라배마)까지 합세, "대통령에게 보고가 올라갔을 당시 연방수사국(FBI)은 즉시 경계태세에 들어갔어야 했다"고 주장, 부시 행정부의 늑장 대응과 사실은폐 의혹에 관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게다가 9·11테러가 발생하기 2개월 전 피닉스 비행 학교에 등록한 의심스러운 중동계 학생들과 오사마 빈 라덴의 연계 가능성을 본부에 보고한 FBI 피닉스 주재 요원들의 메모까지 공개되면서 파장은 급속히 커지고 있다.
피닉스 요원들은 이들이 미국 항공사 및 공항에 취업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들의 비자 정보와 전국 비행 학교에 비자를 신청한 인물들의 배경 수사를 요청했지만 실제 수사는 9·11테러 사건 이후에야 이뤄졌다.
이어 몇주 후 미네소타 주재 FBI 요원들은 20번째 테러범으로 알려진 자카리아스 무사우이가 세인트폴 비행 학교에서 체포됐다고 보고하면서 무사우이가 비행기를 납치해 세계무역센터에 돌진할 계획을 세웠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네소타 요원들은 무사우이의 컴퓨터를 수색하기 원했으나 허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관계자들은 부시 대통령과 수사 당국이 테러 발생 직후 빈 라덴을 배후세력으로 지목한 것도 이같은 사전 정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로버트 뮐러 FBI 국장은 당시 입수한 정보는 9·11테러를 사전 방지하기에 충분치 못했다고 주장하면서도 FBI가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을 시인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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