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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훈 편집위원>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한인들은 무장공비의 흉악성에 대한 세뇌 교육을 수없이 받았다. 한국은 평화를 지키려 하는데 북한은 정전 협정을 수만 번 위반해가며 남침야욕을 불태우고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 아님이 드러나고 있다. 그 동안 북한에 들어가 사망 또한 부상당한 한국 공작원수가 최소 5,000여명에 이른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 사실은 전직 북파 공작원들이 보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다녀오면 후한 보상을 해주겠다고 약속하고 막상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자 오히려 적색분자로 취급돼 감시와 불이익에 시달렸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북파 공작원과 관련된 것 중 가장 큰 사건은 김일성 암살단 이야기다. 1968년 1월 김신조 일당은 "박정희의 목을 베기 위해" 청와대 뒷산까지 넘어왔다. 31명의 공비들은 대부분 사살됐지만 이 사건은 박정희에게는 지울 수 없는 치욕이었다. 박정희는 김일성의 목을 따기 위한 특공대 조직을 명령했다. 사형수가 포함된 단원들은 1968년 인천 앞 바다에 있는 실미도로 이송된 후 중국인 무덤을 파 뼈를 갈아먹는 의식을 치른 후 어떤 악조건에서도 견딜 수 있는 강 훈련을 받았다.
그러나 김일성 암살 계획은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남북한 밀사가 휴전선을 오가며 공동성명을 준비하는 등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다. 원래 3개월 예정이던 훈련기간이 3년으로 늘며 한계점에 도달한 이들은 1971년 8월 반란을 일으켰다. 훈련이 고되서가 아니라 용도가 사라진 이들을 폐기처분하기로 한 박정희의 계획이 알려졌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이들은 교관들을 살해하고 섬을 빠져 나와 버스를 탈취, 청와대로 진격하나 군경 합동작전으로 대부분 사살되고 생존자 4명도 결국 처형된다. 한 때 평양 시내와 김일성 저택 인근 거리 모형이 있던 실미도는 이제 잡초만 무성하다. 한국 정부는 아직도 이런 사실이 일어났다는 사실조차 부인하고 있다.
극비 사항에 속하던 이들의 스토리가 전 세계에 공개되게 됐다. 주요 영화사의 하나인 컬럼비아 트라이스타가 영화로 만들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컬럼비아가 전액을 대고 강우석 감독이 제작을 맡을 이 영화는 올 8월 촬영에 들어가 내년 봄 개봉될 예정인데 미 대형 영화사가 전액을 대주고 한국 영화를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정부는 부상당하거나 사망한 전직 북파 공작원과 그 가족들에 대한 보상을 해주기로 조용히 합의했다. 그러나 북에 갔다가 무사히 돌아온 2,200명에 달하는 공작원은 아직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남파 공작원이 영웅 대접을 받지만 한국에서 북파 공작원은 찬밥 신세다. 어쨌거나 검은 베일에 가려 있던 실미도 특공대원 이야기가 컬럼비아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서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진리를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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