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70년치 부고 컬렉션 기증한 부부
지역 신문에서 잘라 모은 것, 27만건 정도
어느 날인지 정확히 기억은 못하지만 1972년에 잭과 베티 린튼 부부는 이웃에 살며 알고 지내던 J. 멜링 홀드크래프트로부터 자기의 평생 과업을 좀 맡아주겠느냐는 부탁을 받았다. 하나하나 깨끗이 오려내서 색인용 카드에 붙이고 그 위에 보호용 니스 칠까지 한, 10만건쯤 되는 사망 기사 모음이었는데 이젠 눈이 멀어가서 그전 40년 동안 해온 것처럼 매일 부고를 오릴 수가 없다는 얘기였다. 린튼 부부는 물론 그렇다면 영광이겠다고 대답했다.
그 30년 후, 이제 각자 74, 73세가 된 잭과 베티는 미국에서 가장 방대한 부고 컬렉션 중 하나를 축적하게 됐다. 어림짐작으로 27만건쯤 되는데 이 컬렉션에는 메릴랜드주 프레데릭 카운티에서 발행되는 프레데릭 뉴스-포스트 지에 70년 동안 실린 죽은 사람들의 생일과 고향이 망라되어 있다.
린튼 부부는 여섯 개의 대형 목제 서류함에 든 이 컬렉션을 1,090만달러를 들인 개축공사를 마치고 최근 재개관한 C. 버 아츠 중앙도서관에 기증했다. 린튼의 집에서 고작 1마일 떨어진 도서관까지 3명의 장정이 하루 온종일 걸려 옮긴 이 컬렉션에 들어 있는 이름이 정확히 몇이나 될지 헤아리려면 몇 개월, 잘하면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도서관 직원은 말한다.
지금은 공립도서관에 자리 잡았지만 이 컬렉션을 가지고 있던 지난 30년 동안 린튼의 집은 많은 사람들이 궁금증을 풀고 가는 곳이었다. 아마추어 족보 학자들의 전화나 편지를 받으면 부고를 복사해서 보내줬고, 가끔은 며칠씩 진을 치고 지하실 서류함을 샅샅이 훑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 대가로 한번도 도네이션을 요구하지 않는 린튼 부부에게 왜 그 일을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들 자신 족보광이기도 한 린튼 부부는 한번 족보를 캐기 시작하면 점점 더 빠져 들어가 곧 거의 중독되다시피 하는 사정을 잘 안다. 잭 린튼도 1960년대 중반에 자기 가족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도서관, 교회 등지를 순례하기 시작했다. 그때 만난 사람이 프레데릭 카운티 내에 있는 비석 7만5,000개의 비문을 모아 1966년에 ‘돌에 새겨진 이름들’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던 홀드크래프트였고, 그 몇년 후 그의 부고 컬렉션을 넘겨받았던 것이다.
린튼 부부는 그저 하루에 한 시간쯤을 들였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들이 잘라서 풀칠하고 정리하는데 들인 정성을 보면 단순한 취미가 아님을 주구나 알 수 있다. 사실 그들의 컬렉션은 전국적으로도 손꼽히는 가장 방대한 연속 부고 컬렉션이라고 오하이오주 프리몬트의 러더포드 헤이즈 대통령센터 공동 수석 사서인 리베카 힐은 말한다.
헤이즈 센터에도 미국 최대중 하나인 부고 색인집이 있는데 35만명분쯤 되는 이 부고들도 인근 지역 신문에서 잘라낸 것으로 일주일이면 수백건씩 관련 문의가 들어온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에 알렉스 헤일리 원작 ‘뿌리’가 TV 연속극으로 방송된 이후 가족사에 대한 관심이 크게 일기 시작했는데 이후 계속 증가일로라고 힐은 말한다. 최근엔 인터넷 덕분에 더욱 관심 있는 사람들의 폭이 넓어졌다.
린튼 부부는 모두 프레데릭 토박이로 양가 가족 모두가 대대로 살았고 아들 셋중 둘이 아직 프레데릭 카운티에 살고 있다. 1948년에 결혼해서 지은 빨간 벽돌집에 아직도 사는 은퇴한 보험에이전트 잭이 주로 부고를 자르면 베티가 풀로 붙이고 1965년형 IBM 타이프라이터로 이름을 쳐 넣어 정리한 후에 지하실로 가져가서 카드에 에어로솔 실런트를 스프레이한다.
린튼 부부는 할 수 있는 날까지 새로 나오는 사망기사들을 계속 잘라서 모으겠다고 말한다. 그 다음엔 자원봉사자들이 그 일을 맡을 것이라고 도서관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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