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만큼 일할 수 있습니다.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서비스직에 근무할 직원을 모집하는 한인업체를 찾아온 50대 중반의 김모씨가 고용담당자에게 간곡한 호소를 하고 있었다. 김씨는 이미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미덥지 못해 직접 회사 사람을 만나 사정을 얘기하고 취업을 부탁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회사를 찾아오게 됐다.
이 회사 고용담당자는 취업신청서를 제출한 한인중 30% 이상이 50세가 넘은 사람들로 이중에는 2~3차례 회사를 찾아와 통사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건축가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P모씨(53)도 몇몇 건설회사에 문의를 했지만 나이 얘기만 나오면 상대방의 대답이 금방 시들해지는 것을 경험했다. P씨는 "집으로 연락해 주겠다"는 말은 여러 번 들었지만 한번도 연락이 온 적은 없다고 말했다.
직장을 얻지 못해 방황하는 50대 한인 남성들. 아직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지만 좀처럼 취업기회를 잡을 수가 없는 것도 힘든데 50대 중반만 넘으면 아예 노인취급을 해버리니 서글픈 생각마저 드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인 심정이다.
얼마전 취업알선 프로그램을 시작한 한인가정상담소에는 매일 10여명의 한인 남성들이 찾아오고 있다. 이들중 7~8명은 50세가 넘은 사람들로 대부분 학력도 높은 고급 인력들이지만 나이와 영어, 컴퓨터 장벽에 막혀 일반 사무직을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취업알선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크리스틴 양씨는 "취업을 원하는 50대 한인 남성들은 젊은이 못지 않은 의욕을 갖고 있다"고 전하면서 "그러나 업주들은 ‘어른을 모시고 일하기 곤란하다’며 기피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양씨는 또 "한인타운의 경우 막일은 히스패닉을, 카페 등 유흥업소에서는 유학생을 고용하는 것도 이들의 취업 기회를 줄이는 한 요인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한인건강정보센터 박영창 부소장은 "한인사회에 이들의 취업을 알선해 주는 기관이 고작 2~3곳에 불과한 것도 문제"라며 "다양한 취업정보와 교육을 전문으로 할 수 있는 기관들이 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업전문가들은 대부분의 50대 한인 남성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취업전선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취업정보도 한인타운 안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정부기관 등 가능한 모든 곳을 찾아가는 것이 그만큼 기회도 넓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고용개발국(EDD)이 운영하는 취업센터나 ‘원스톱 센터’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물론 이들 기관에서 제공하는 각종 전문직업 훈련을 받는 것도 자신을 위한 투자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직장을 고르는데도 자신을 위주로 할 것이 아니라 회사가 원하는 방향에 맞추는 것이 필요하며 현실에 맞게 기대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성락 기자> srhwa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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