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가 매달 발표하는 영주권 문호가 나오는 시점인 10일 전후로 많은 문의전화를 받는다. 한 한인은 가족문호 4순위인 시민권자의 형제자매 초청이 풀린 날짜를 알려주자 기뻐서 어쩔 줄 모른다. 한국에 사는 남동생 가족을 초청한 그는 이제야 비자 수속이 시작될 수 있게 됐다며 기자에게 연신 고맙다는 말을 했다.
가족이민 문호중 가장 적체가 심한 4순위는 이제 겨우 90년 4월15일까지 풀린 상태여서 페티션을 접수하고 기다리는 시간만 12년이 걸린다. 기자가 "다른 분들처럼 관광비자로라도 일단 들어와서 살 수 있는데 왜 12년을 기다렸습니까"고 묻자 그는 "그럴 생각도 했고 그럴 수도 있었지만 그건 새치기 아닙니까. 우리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는 없지요. 또 동생도 관광비자가 만기돼서 불법체류 상태에서 불안하게 생활하느니 기다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달 가족문호 중 1순위인 시민권자의 미혼자녀 초청이 99년 3월에서 95년 7월로 거의 4년이나 후퇴하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 발생하자 한 독자는 "7년을 기다려 다음달이면 문호가 풀릴 줄 알았는데 또 얼마를 기다려야 하느냐"며 하소연을 털어놓았다.
이같이 한국에서 영주권 문호만이 풀리기를 기다리는 한인들이 많지만 최근 1년간 사상 최악의 적체 현상을 보이고 있는 가족이민 문호에 따라 적게는 6년에서 많게는 12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사실 본보는 한국 등 일반 국가들의 영주권 문호만 게재하고 있지만 국무부는 필리핀과 멕시코, 인도, 중국 출신 신청자를 위한 문호를 따로 발표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 비자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 국가 신청자가 많다는 얘기다. 필리핀의 경우 4순위인 형제자매 초청은 80년 11월1일까지 풀렸다.
이는 80년 11월 전에 페티션을 접수시킨 필리핀인들의 수속이 이제야 시작됐다는 얘기로 무려 22년을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필리핀 등 이들 국가의 가족문호는 전반적으로 한국에 비해 적게는 5년에서 많게는 10년 이상 늦다.
이같이 심각한 적체현상을 보이고 있는 가족초청 이민이 해소되려면 근본적으로 가족초청 비자 쿼타가 대폭 늘어야 하지만 연방의회는 10년이 넘게 전 세계 쿼타를 48만개로 제한해 놓고 있다. 그런데도 비자 쿼타 증액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에 이미 살고 있는 불법체류자들은 이민·민권·노조단체들의 집중적인 노력에 힘입어 지난 86년1차 대사면을 통해 수백만명이 합법체류 신분을 취득했고 이민법 245(i)조항을 통해 추가로 최소한 50만명이상이 혜택을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불법체류에 따른 각종 불이익을 감수하고 무조건 입국하는 한인들이 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가족초청 비자가 턱도 없이 부족한 것이 근본적인 이유임을 감안하면 한인을 비롯한 이민 권익단체들의 다음 목표는 가족초청 비자 쿼타의 증액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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