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콩나물 시루 뉴욕-필라델피아 통근열차 한 칸 리스한 클럽회원은 다리 뻗고 가
맨해턴의 펜스테이션 승강장에서 들여다본 객차 안은 칸칸이 만원이다. 좌석은 빈 것이 없고 복도에도 화난 표정의 승객들이 가득 서 있다. 그런데 맨 끝의 한 칸만은 완전히 다르다. 기적처럼 반은 비어 있고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들 행복해 보인다.
그렇다고 주중 매일 저녁 5시42분에 뉴욕을 떠나 필라델피아로 가는 앰트랙 클로커 트레인에 무작정 타려고 해봐야 아무 소용없다. 벌써 근처에만 가면 차장이 팔을 들어 가로막으면서 정중하게 "죄송합니다. 이 차는 타실 수 없습니다"고 말한다. 그러는 사이에 다른 승객이 자신 있게 그 널찍한 기차 안으로 들어가며 차장과 서로 아는 척을 한다.
열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 그 승객은 동북부 지역 열차 이용객 중에서도 가장 희귀한 사설 통근 클럽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75명쯤 되는 주식중개인, 변호사. 작가. 비즈니스 소유주들이 모인 이 클럽 회원들은 매일 아침, 저녁 기차에 타면 앉을 자리가 보장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비어있는 옆자리로 발까지 편히 뻗고 다닐 수 있다.
이들이 타는 기차가 다른 기차와 다른 것은 별로 없다. 클럽은 그저 앰트랙에 승차권 값 이외에 상당한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매일 아침, 저녁 일정한 시간에 객차 한 칸을 리스했을 뿐이다. 그러나 뉴저지에서부터 통근하는 인구가 급증해서 점점 콩나물 시루 같아지는, 바로 옆 칸은 러시아워 때의 뉴욕 지하철을 방불, 사람들에 밀리다 못해 한 승객은 최근 차장에게 화장실에 앉아서 갈 수 있느냐고 물어봤다가 거절당했을 정도다.
’200 클럽’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 클럽이 생긴지는 50년이 넘는다. 과거 ‘레딩 철도회사’ 때는 개인소유나 200 클럽처럼 통근객들이 철도회사에서 리스한 차량이 꽤 많아 별로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레딩이 승객 서비스를 중지하고, 펜 센트럴이 콘레일이 되고 그것이 다시 앰트랙으로 바뀌기까지 마지막으로 남은 정규 통근용 리스가 바로 ‘200 클럽’인데다, 기차 통근객들이 계속 늘면서 질시하는 눈길들도 많아진 것이다.
그들은 연방정부 보조를 받는 앰트랙이 개인 클럽을 허용할 수 있는 것인지. 만성 적자라는데 클럽 리스가 보태는 건 아닌지, 왜 클럽 차량은 다른 승객들에게 공개하지 않는지가 의문이라고 떠들면서도 기차 차장에게는 어떻게 하면 그 클럽에 들 수 있는지를 조용히 묻는다.
이 클럽의 풀타임 회비는 차비에 연간 1,200달러를 더한 것으로, 처음에 100달러의 입회비를 지불해야 한다. 그나마 지금은 자리가 없다. 현재 이 클럽 회장인 B. 그랜트 프레이저는 장인을 따라 1983년에 이 클럽에 가입했는데 회비를 내는 것 이외에 다른 요건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지금은 풀타임과 파트타임 멤버자리 75개가 모두 찼지만 가끔 역에 가입자 모집 공고를 붙여놓기도 한다.
과거엔 이 클럽도 배타적이고 클럽다워 카드놀이를 하는 회원들에게 사환이 커피와 음료를 서브했지만 앰트랙이 생기면서 그런 편의는 사라졌다. 회원 구성도 달라져 지금은 과거보다 직업도 다양해졌고 여자가 거의 반을 차지한다. 꼭 따로 앉는 한 쌍을 비롯, 부부도 많다.
프레이저도 앰트랙도 리스비용은 밝히지 않지만, 75명의 회원중 반이 연간 1,200달러를 내는 풀타임 회원이니까 이들이 객차 하나를 빌리고 앰트랙에 지불하는 돈은 1년에 많으면 7만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이론적으로는 어떤 그룹이든 그만한 돈을 지불할 수 있으면 앰트랙으로부터 객차를 리스할 수 있겠지만 현재는 차량 숫자가 워낙 모자라서 불가능한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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