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화제
▶ 교회 주위에 모든 생활 편의시설 갖추고 상시 운영
사우스이스트 기독교회는 최근 새로 등장한 초대형 교회(메가처치)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초대형 교회는 교회를 중심으로 그 주위에 각종 생활 편의시설이 갖추고 일주일 내내 하루 24시간, 풀타임으로 운영된다. 수퍼마켓, 식당, 학교, 은행, 직장, 교회, 세미나실에 암벽 등반 시설까지 있어 그 안에서 일상 생활에 관련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교회가 예배만 드리는 곳이 아니라 유원지이기도 하고 샤핑몰이기도 하고, 대가족의 일부이자 공회당이기도 한, 신앙촌이 된 것이다.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 있는 ‘조이 커뮤니티 처치’는 187에이커의 부지에 이미 학교, 회의장, 서점, 영안실 등을 갖췄으며 최근에는 1억달러를 들여 주택, 호텔, 전시장, 스케이트장, 물놀이 공원 등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일터를 제공하는 교회도 등장했다. 휴스턴에 있는 브렌트우드 침례교회는 이달 말 드라이브 스루 창구까지 갖춘 맥도널드 매장을 연다. 이 가게를 여는 목적의 하나는 청소년 및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바나드 칼리지의 미국 종교학 교수 랜달 발머는 이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요람에서 무덤까지 살 수 있게 해주는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회는 교내 총격사고나 테러 등이 횡행하는 안전하지 않고 예상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더 넓은 사회로부터의 피난처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브렌트우드 침례교회의 목사인 조 사뮤엘 래트리프 박사는 이들 메가처치는 도시개발, 통근, 마약, 범죄 등 미국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메가처치는 날씨부터 신학까지가 모든 것이 안전하게 통제된 곳에서 살면서 학교나 친교할 사람들, 식당 등을 선택할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미리 포장된’ 삶에 대한 신자들의 바람을 반영한다는 이야기다.
노스캐롤라이나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의 학장이자 교회사 전문가인 빌 레너드에 따르면 주로 남부 및 중서부 지역에 많이 분포한 이들 초대형 교회 교인들은 전도활동도 하긴 하지만 자신을 외부 사회로부터 고립시켜 일종의 ‘보호막’ 안에 머물게 한다.
그러나 교회 지도자들은 그들의 목적은 고립이 아니라 핍박받는 가족들이 편안하고 편리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교회로 들어오는 출입구를 여러 개 만들고 체육관과 독신자 카페 등을 갖춰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머물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교회에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은 요즘 교회가 당면한 최대의 문제이다.
컨설팅회사인 바나연구소의 데이비드 키나만 부사장은 “성인 6명 가운데 1명 꼴로 교회에 나오며 그나마 그 날 기분에 따라 왔다 갔다 한다”고 말했다. 7명 중 1명은 올해로 교회를 떠날 것으로 키나만은 “사람들은 물건을 사듯이 교회를 놓고 손익을 따진다”고 말했다.
사우스이스트 기독교회의 데이브 스톤 부목사는 교회를 ‘재충전소‘라고 부른다. 그는 “사람들을 우리 체육관으로 끌어들인다면 그들을 신자로 만드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장담한다.
예배당을 앵커 테넌트로 한 몰처럼 설계된 이 교회의 건축비는 신자들이 부담했다. 십일조로 충당하는 교회의 일반 운영예산 이외에 3년에 걸친 특별 헌금으로 조달했다. 하트포드 신학교 내 종교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보통 메가처치들의 연간 수입이 460만달러인데 반해 사우스이스트 기독교회의 연간 헌금은 2,000만달러가 넘는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과 지방 자치단체들은 이같은 대형 교회의 확산에 우려를 표명한다. 하트포드 연구소의 교회 사회학자인 스콧 섬마 박사의 말에 따르면 이 교회들이 “기독교화 된 소우주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샌타바바라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교회 및 사회학 교수인 웨이드 클락 루프 박사는 이 교회들이 “종교판 게이티드 커뮤니티”가 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자기들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만 상대하는 세상을 만들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보다 넓은 문화와의 교류를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2년 전 연방의회를 통과한 ‘종교 목적 토지활용 및 종교단체 종사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우 중요한 정부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는 한 정부기관은 교회의 건설사업을 제지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조이 커뮤니티 처치에는 교인들이 그곳에서 살다가 죽은 후 묻힐 곳도 있다. 생전에 교인들이 교회 바깥으로 나가는 것은 직장에 가고 식료품을 살 때뿐일 것이다. 올림픽 경기장 규모 수상센터의 일부인 물놀이 공원조차 레이저 쇼로 요나, 다윗, 골리앗을 그리는 등 기독교적인 테마로 운영된다. 교인들만을 대상으로 한 아파트 단지가 아닐 경우에도 예배당을 세운다. 기독교적 유토피아를 건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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