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미스터리가 원하는 대로 합의 됐어요."
종업원들이 연달아 경찰 함정수사에 걸린 소송이 3년 2개월만에 종지 되었다는 여자 변호사 베엣의 전화를 받았을 때는 마치 덫에 걸렸던 몸이 풀려진 느낌이었다. 이제는 높이 날을 수 있구나.
22년을 담아온 생활 터전을 잃음 보다 무서웠던 것은 평생을 품고 살 패배에대한 절망감이었다. 그동안 책 읽기에도 쉽게 지치고 쉽게 화를 내고, 하다 못해 골프를 쳐도 더블보기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이유가 가슴 속 송사(訟事)의 체증도 포함되었으리라. 걱정스런 구름을 씻어낸 달처럼, 예전의 모습을 되찾는 기분이다. 그만한 고통쯤 안 받은 이가 어디 있느냐고 핀잔이나 들을지 몰라도, 세상사에 그리 대범치 못한 필자로서는 속태웠던 세월이다.
그동안 기도로 소리 없이 힘을 준 분들 감사 드린다. 그리고 좋은 일에는 나타나지 않다가 주변머리 없이 실수를 저지르면 수호천사처럼 찾아와 길을 알려주던 이규호씨, 변호사 선임부터 소송 문제를 일일이 챙겨준 정에스라 변호사, 이 기회 그의 사람됨을 조금 알리고 싶다. 처음 만난 것은 필자가 어떤 단체의 책임을 맡았을 때 "나는 정부의 임명을 받았으니 그대신 부회장 선출은 여러분 의사에 따르겠습니다." 그때 가장 원로인 분이 차세대를 키우는 의미로 에스라를 추천, 만장일치로 그가 선출되어 4년을 함께 일해 왔었다. 시간이 돈인 그가 구진 일부터 힘든 일을 도맡아 해내고도 생색을 내는 일이 없었다.
서울 회의 기간동안은 필자와 한방을 썼다. 대부분 다음 날 아침이면 동침의 불만을 털어놓고는 했는데, 정 에스라는 아무 말이 없다. 마지막날 "내가 코를 골아 잠 못 잤지 ?" "아뇨. 잘 모르겠던 데요" "잘 됐네 다음에도 나랑 한방 쓰지." "그때는 다른 분하고 주무세요." 우리는 크게 웃었었다. 언제나 직함 보다 성실한 인품이 훨씬 크게 보인다.
그는 중학생 때 이민 와 처음에는 수업이 시작되면 변소로, 쉬는 시간이면 나왔다가 수업이 시작되면 다시 변소로 들어가곤 했다고 그의 아버님이 말했다. 그런 그는 1세들의 힘든 이민생활을 잘 이해한다. 걱정이 되는 것은 많은 단체의 참여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선한 마음이다. 그러다가 더러는 큰 실망을 갖게 될까봐,
또 한사람 흑인 할아버지 데이빗 박사다. 젊은 시절 대학 총장이던 그는 몇 년 전까지, 오크랜드시의 노인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던 우리가게 단골손님이다. 초라한 아파트에서 혼자 산다.
한번은 그가 우리가게에 발을 끊었다. 우연히 길에서 만나 물었더니 우리 종업원이 자신을 도둑 취급을 했다는 것이다. 필자의 사과를 받아들인 후에는 하루에도 세 번 이상 찾아온다. 그동안 아이들 진학 문제 취업문제도 그와 상의 해왔었다. 그는 초라한 노인이지만 매년 중요대학에서 강연을 하고 그 내용이 담긴 팜프렛을 필자에게 가져다 준다.
이일을 당하자 그는 주민들에게서 연판장을 받아 필자의 입장을 설명하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 주었다. 필요하다면 재판정에도 나가겠다는 것이다. 관계여로에 전화도 하고 담당 변호사와도 상의 해주었다.
80세가 넘은 그는 올 봄에 몇 번 앰브런스에 실려가더니 몸조차 가누기 힘들어졌다. 년 전에 부자(父子)박사 소개가 흑인 잡지에 나왔었는데 그 아들이 켄사스로 모셔 갔다. 곧 돌아오겠다더니 아무 소식도 없다.
잘 해결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얼마나 좋아할까. 그는 필자를 베스트 친구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분을 좋은 어른으로 가슴에 담아 왔다.
한국식당에서 갈비를 먹어보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 이라고 했다. 다시 한번 모시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도록 기도 해본다.
그들에게서는 신선한 사람 냄새가 난다. 시련의 늪에서 건져준 이들, 돈으로는 갚을 수 없는 빚을 졌다. 이를 갚을 수 없음도 고통이다. 살다보면 세상에는 품앗이하며 살아가는 이런 행복한 고통이 아직 남아 있음을 알리고 싶다.
사적인 글 같지만, 이런 일을 당할 때 억울하거나 부당하다는 판단이 서면 끝까지 잘잘 못을 밝혀나가고 있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주저하다가 글을 띄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