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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훈 편집위원>
그리스 최강의 도시국가는 ‘스파르타 식 교육’으로 유명한 스파르타다. 이 나라는 갓난아이가 태어나면 국가에서 감독관을 보내 신체 강건 도를 살핀 후 약골은 내다버려 죽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 살아남은 남자아이들은 7살이 되면 군사 학교에 보내져 13년 간 훈련을 받은 후 20살 때부터 군복무를 시작한다. 스파르타 군인에게 지급되는 음식은 맛이 없기로 소문났다. ‘스파르타 인들이 용감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 음식을 먹을 바에야 죽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다. 10년 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서야 제대해 가정 생활을 꾸밀 수 있었다.
스파르타는 당시 세계 최대 제국 페르샤를 물리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그 후 그리스의 패권을 놓고 아테네와 한판 승부를 벌여 승리했다. 그러나 그런 군사적 업적에도 불구, 후대에 남긴 문화 유산은 거의 없다. 문학, 철학, 과학, 예술 등 서구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그리스 정신은 아테네의 작품이다.
2002년 월드컵 대회가 공식 개막됐다.
‘축구 잘 하는 나라’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독일과 이탈리아지만 이제는 사정이 바뀌었다. 올 최강팀은 프랑스다. 1998년 대회에서 승리한 프랑스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유럽 최우수 선수 50명 중 11명이, 2001년 유럽 올스타 팀 11명 중 5명이 프랑스 인이다. 유럽 각 국으로 선수들이 잇달아 스카웃 되어 가자 ‘프랑스 최고 수출품은 축구 선수’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때 별 볼 일 없던 프랑스 축구가 언제 이렇게 된 것일까.
프랑스가 본격적으로 축구 육성에 정성을 쏟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중반부터다. 국립 축구 협회라는 기관을 만들어 16세 이상 소년들을 전국에서 모집, 엘리트 코치 밑에서 강 훈련 시켰다. 80년대에는 스카웃 연령을 14세로 낮췄다. 이처럼 어린 나이부터 전문적인 축구 훈련을 시키는 나라는 프랑스 밖에 없다. 그 결과 프랑스는 18세 이하로 구성된 청소년 축구에서도 세계 타이틀을 차지했고 18세 선수 팀도 2000년 유럽 챔피언십을 따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한 때 모든 분야에서 유럽의 선두주자였던 프랑스는 축구를 제외하고는 점점 더 내세울 것이 없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지난 번 대선에서 문명국가 정치인 중 가장 히틀러와 닮은 르펜에게 20% 가까운 표를 몰아줘 ‘정치 후진국’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경제적으로는 만성 고 실업과 저 성장에 시달리고 있으며 첨단산업 분야에서 프랑스 기업은 전멸 상태다. 문화적 주도권은 뉴욕에 넘겨준 지 오래며 한 때 국제 외교 가에서 1, 2위를 다투던 프랑스어는 이제 영어와의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축구를 향한 프랑스인의 집념이 잃어버린 옛 영광을 축구로나마 위안 받으려는 안간힘 같아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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