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정태수 특파원> 세계는 서울로 눈과 귀를 모았다. 서울은 세계를 향해 두 팔을 펼쳤다. 수십억 지구촌 사람들이 가슴을 설레며 기다려온 제17회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가 마침내 서울에서 그 첫 장을 열어제쳤다.
21세기 첫 대회, 아시아에서 열리는 첫 대회, 월드컵 사상 첫 공동개최 등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이번 역대 최고 지상최대 스포츠 축제는 김대중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프란츠 베켄바워 2006년 독일월드컵 조직위원장 등 세계 각국 요인들과 6만 관중이 뜨거운 가슴과 우레 같은 함성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31일 오후 7시30분(LA시간 같은 날 새벽 3시30분)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1시간에 걸친 화려한 개막식 행사로 첫날 첫 장을 연 뒤 8시30분부터 이어 벌어진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와 아프리카 대표 세네갈의 개막전 한판 승부로 둘째날의 더 큰 감동을 예고하며 첫날의 마지막 문을 닫았다.
최첨단 공법과 한국 고유의 선의 아름다움이 극치를 이룬 스포츠 아레나의 걸작품 상암동 월드컵 스테디엄은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태극문양 등이 아로새겨진 문들을 일제히 열었으나 새 천년 첫 월드컵의 첫 막이 올려지는 장면을 목도하려는 축구팬들의 발길은 5월의 마지막 해가 떠오르기가 무섭게 상암동으로 상암동으로 이어져 스테디엄을 에두른 평화의 공원 일대는 정오를 지나면서 이미 인산인해를 이뤘다.
상암동에 쏠린 세계인의 눈과 귀를 어루만진 개막식의 첫 페이지 주제는 ‘동방으로부터’(From the East), 인종과 종교와 국적을 초월해 원활한 소통을 이룸으로써 전쟁 갈등 테러 등 인류에게 비극을 안겨주는 모든 것을 씻어내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 첫째마당 ‘환영’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지구촌 각지 손님들을 손수 맞이한 뒤 개막선언을 하면서 축하 무용단과 기원 패의 신명나는 율동이 넘실댔다. 기성세대가 오해와 반목으로 짓밟은 평화의 싹을 살리기 위해 어린이들이 만든 평화기원 조각배가 일순 어둠에 잠긴 ‘상암동 밤바다’를 물결쳐 나아가면서 시작된 둘째 마당 ‘소통’은 막힌 곳을 뚫고자 하는 열림 패의 절규와도 같은 몸부림에 이어 디지털 메신저를 통해 인간과 인간, 인간과 기계가 하나되는 새 세상의 도래로 열매를 맺었다. 관중석 사방에서 손에 손을 거쳐 내려진 대형 어울림 천들이 가로로 세로로 휘감겨 어울림의 바다를 이루면서 셋째 마당(어울림)이 끝나고 마침내 넷째 마당(나눔)에서 세계 각국 어린이 천사들이 평화를 노래하고 수만 관중들이 목청껏 어울려 부른 아리랑이 울려 퍼지기 시작하는 순간, 개막행사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이날 개막식과 개막전이 진행되는 동안 휴대용 미사일 등으로 중무장한 군경합동 테러방지단은 스테디엄 안팎을 철통같이 경비하고 스테디엄 상공 비행금지 구역 외곽에서 초계경보기가 정찰비행을 하는 등 만일에 대비한 입체적인 작전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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