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교회 문제진단 6
▶ 교인 ‘제직 집착’, 교회 ‘제직 양산’ 심각
"한인마켓에 가서 ‘집사님’하고 부르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돌아본다"
물론 교인들 사이에 회자되는 ‘제직 남발’을 꼬집는 조크다. 그러나 교인들은 결코 그냥 우스개 소리로 넘기기에는 마음이 너무 무겁다고 말한다. 한인교회내의 제직문제가 얼마나 심각하면 그런 농담까지 나오겠느냐는 것. 그런데도 교회에서는 누구도 이 문제를 거론하기 꺼린다.
제직(諸職)들은 한인교회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이 사심 없이 헌신적으로 노력하면 교회는 성장한다. 반면 제직들이 잘못해 성장하지 못하는 교회도 수두룩하다.
특히 제직들로 구성된 당회가 분열될 때 교회가 두쪽으로 나누어지는 등 교회 분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물론 한인교회 모든 제직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제직들은 하나님이 준 직분으로 믿고 충성스러운 봉사로 교회 성장에 이바지하고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교회에서 제직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으로 내홍을 겪는다.
가장 큰 문제는 신앙이나 인격적으로 자질이 부족한 제직들이 양산된다는 점이다. 제직은 교인수에 비례해서 임명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이 임명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인수에 비례하여 제직이 너무 많은 것이다.
제직은 신앙심이 깊고 봉사정신이 투철해 모든 교인들의 모범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임명돼야 함은 상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는 교회는 많지 않다는 것이 교인들의 지적이다. 제직임명에도 교인들의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가 감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목회자의 개인적 친분에 따라 제직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저런 바람직하지 못한 이유로 한인교회의 제직수는 급증하고 있다.
’전교인의 제직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제직이 남발되는 교회도 있다. 심지어 제직 임명을 다른 교회로 갈려는 교인들을 붙잡아 두는 방편으로도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한인교인들 사이에는 이렇게 하여 임명된 제직을 ‘붙들 집사’로 부르고 있다. 또 어떤 교회에서는 다른 교회에 잘 다니고 있는 교인을 ‘장로’ 등 제직으로 임명조건을 제시하며 끌어오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교인들이 제직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한인 교인들이 제직에 이같이 집착하는 것은 미국사회에서 받지 못하는 사회적 대우를 교회 직분을 통해서라도 인정을 받으려는 심리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배태일장로<대성장로교회>는 "한인 교회의 제직중에는 장로등 직분을 ‘사회적 지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렇게 임명된 제직은 교회 본질과 사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래서 평신자일 때는 겸손하게 처신하던 교인이 장로 등 제직이 되면서 권위를 내세우는 등 달라지고 있다는 것. 급이 다른 제직교인들과는 골프도 함께 치는 것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장로교단의 경우 제직회 회원은 시무목사, 장로, 권사, 집사, 서리집사로 나눠진다.
교인들은 대부분 장로는 권사보다 높고 또 권사는 집사보다 높다는 ‘계급 의식’을 갖고 있다. 물론 누구나 이에 대해서는 그렇지않다고 부인한다.
이상현교수<프린스턴 신학대학교>는 지난 4월 알라메다장로교회에서 열렸던 세미나에서 이러한 현상을 "이민 교회의 계층화 현상"이라며 "교회에 유교 문화가 들어와 제직을 사회적 지위로 잘못 이해하는 현상이 생긴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실제로 한인교회 성찬예배에 참석 해보니 강단의 좌석조차도 목사는 최고 높은 자리, 그 다음 장로와 권사, 집사 순으로 배치되어 있다고 말했다.
제직이 마치 무슨 사회적 계급처럼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침례교회 등의 호칭에서도 잘 나타난다. 침례교회는 원래 ‘장로’라는 제직이 없다. ‘집사’만 있다. 그렇다 보니 제직에 불만을 갖는 교인들이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교회측은 "장로교단에서 옮겨오는 장로를 그대로 일꾼으로 쓰기 위해서는 ‘장로’직을 두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적인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안수 집사’ 밖에 없는 침례교회에 ‘장로직’을 두는 것을 교단측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때 침례교회에 이러한 현상이 확산되자 한국침례교단 총회에서는 "침례교회로서 장로직을 설치하는 교회는 제명하겠다"는 강경책을 쓰기도 했었다.
한인연합감리교회도 미국 교회에는 없는 ‘장로와 집사, 권사 등 직분제를 1994년부터 도입하고 있다. 교회측은 "한국식 제직제도에 익숙해 있는 교인들 때문"라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직분제가 없다는 이유로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게 되고 이는 교회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한인교인들의 ‘직분’에 대한 애착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주는 설명이다.
한인 연합감리교회 운영세칙은 제1조에서 "한국 감리교회의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직제를 두되 이를 신령상의 직제로 하고 목회 행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원칙은 세칙에만 명시되어 있을 뿐 제직들의 교회 행정에 대한 지나친 관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교회가 상당수이다.
전명선 명예장로<상항한국인연합감리교회>는 "타교단과의 형평상 직분제를 도입한 것은 이해가 된다"면서 "교인들이 남보다 우뚝서야겠다는 생각으로 암암리에 제직 교섭을 하는 잘못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직선출 기준과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직은 교인들의 추대로 뽑아야 하며 목회자는 초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목회자가 자신을 지지하는 교인들만을 제직으로 임명할 경우 목사지지파와 반대파 등으로 나누어져 교회 분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이다.
김태복목사<홍익교회 담임>는 자신의 저서 ‘당신은 멋진 제직이 될 수 있다’에서 "교인들이 직분을 담임 목사나 당회에서 주는 줄 착각하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면서 "교회의 제직은 하나님이 주신다는 것을 믿어야 교회가 올바르게 성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제직을 하나님이 내게 이러한 직분을 준 것으로 믿는다면 자신의 직분을 소홀히 할 수 없으며 어떤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 감정적으로 감히 사표를 던질 수 없다는 것.
교회의 제직(諸職)은 성경에서 청지기로 비유되고 있다. 곧 주인의 대리자로서 주인의 사업과 재산을 위탁받아 관리하는 종에 불과하다. 한인교회내 제직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계급이 아닌 봉사하는 자리’라는 제직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급선무이다. 그리고 개 교회에서는 믿음과 자질이 부족한 제직을 필요에 의해 서둘러 세울 일이 아니다. 인격이나 신앙으로나 충분히 자격이 있는 교인중에서 제직을 임명해야 할 것이다. 아예 제직을 모두 없애고 목사와 평신도로 구분하는 방법도 제시되고 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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